국내 정보통신업계의 산증인이자 간판 전문경영인인 정용문 한솔PCS 사장, 정장호 LG경영개발원 부회장, 서정욱 전 SK텔레콤 부회장 등 3명이 최근 잇따라 이색 행보를 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정용문 사장은 최근 순천향대학교로부터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에 기여한 공로가 평가돼 명예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예박사 학위의 경우 정치학이나 법학 등 인문분야에서는 가끔 수여되지만 공학박사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특히 정 사장이 학계나 연구계 혹은 정계에 몸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직 정보통신업체 사장으로서 이같은 학위를 받게 돼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 시절부터 줄곧 정보통신업계의 간판스타로 군림해왔고 한솔PCS를 맡으면서 이동전화사업을 한 단계 성숙시킨 주역이란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경쟁사 대비」 「계획 대비」 「전년 대비」 등 성장 위주의 이른바 3비주의는 부실경영을 자초할 뿐이고 참된 성장은 효율을 중시하는 경영에서 출발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정장호 부회장은 30여년간 기업에 몸담고 일하면서 경영자로서 걸어온 길과 자세, 기업의 본질과 경영은 무엇인가에 대해 자신의 생생한 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기록한 「탁견과 논리를 가져라-경영자의 길」이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LG그룹을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인 정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 축적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후학과 후배 경영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출간 배경을 밝혔다.
이 책에는 PCS 사업권을 따낸 과정에서부터 특혜의혹에 이르기까지 이를 진두지휘한 최고경영자로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겪은 시련과 고민 등을 진솔하고 생생하게 표현한 내용도 들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 책의 저작권을 「사단법인 세계군악연구원」에 기증할 계획이다.
서 전 부회장은 최근 전남에 소재한 초당대학교의 총장으로 부임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과 전전자교환기 하면 곧바로 「서정욱」이라는 대답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정보통신 연구개발의 「살아있는 전설」인 그가 이제는 최고 지성집단인 대학을 맡은 것이다.
서 전 부회장은 『기업에 있으면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이제는 속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고 기왕에 계속해온 언론 등의 칼럼 집필도 훨씬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느 자리에 있건 우리나라 CDMA를 위해 신명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을 국내 최대 이동전화업체로 성장시키면서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온 그가 대학 총장으로서는 어떠한 족적을 남길지 주목된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