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의 이동전화사업자 「군기잡기」가 계속되고 있다.
한차례 홍역을 치르면서도 단말기보조금 조기폐지 방침을 밀어붙인 정통부가 이번에는 일부 사업자들의 무료통화 광고를 문제삼고 나섰다. 물론 이번에도 사업자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추세로 봐서는 다시 한번 정통부의 「완승」이 예상된다.
정통부는 최근 016과 019가 대대적인 무료통화서비스를 내건 판촉행사, 특히 대언론 광고문안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달초 5개 사업자 마케팅 담당자들이 합의한 과당경쟁 지양, 공정경쟁 환경조성 내용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또 전기통신사업법까지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는 016과 019에 해당광고를 중지하든가 아니면 문안에서 「무료통화」라는 단어를 삭제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엄청난 사전제작비와 이미 광고 스케줄까지 잡아놓은 사업자들은 정통부에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일부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부의 의지가 워낙 완강해 사업자들이 꼬리를 내리고 있다. 결국은 정부의 지침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번 단말기보조금 파동의 재판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5개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정부가 사업자 고유영역인 마케팅분야까지 너무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정통부는 『출혈 과당경쟁의 피해는 결국 사업자와 소비자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공정경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로서 할 바는 하겠다』는 강경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통부와 사업자간에 이같은 대치전선이 형성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각종 이동통신사업권 허가 당시부터 지난해초까지는 사업자들이 정통부의 지침이나 의견에 저항 혹은 반발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런 것이 IMF 한파로 극도의 경영위기에 봉착한 사업자들이 저마다 살 길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던 지난해부터 정통부 의지와는 다른 목소리를 조금씩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철저한 시장주의자를 자처한 배순훈 전장관의 지휘방침도 한몫 거들었다.
올들어 사업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시장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다보니 여러가지 파격적 마케팅 방법을 동원하는 동시에 출혈경쟁을 재현하고 있다.
그 와중에 신임 정책진은 업무챙기기에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남궁석 장관이 『비록 잘못 태어난 사업자라도 정부가 할 일은 그들이 모두 살아갈 수 있도록 부추겨주는 것』이라고 밝힌 이후 정통부의 대 사업자 정책은 한층 깐깐해졌다. 이래저래 정부와 사업자간에 마찰음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했다.
어찌보면 정통부와 사업자들간 힘겨루기로까지 비쳐지는 이같은 대치국면은 그리 오래갈 것 같지 않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업자들이 정통부 정책진의 의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통부 주위에서도 앞으로는 정책진이 주도권을 쥐고 사업자들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통부의 정책 드라이브는 인정받는다 해도 실무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은 따라다닌다. 보조금 조기폐지 때도 그랬지만 사업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사안일수록 사전 정지작업을 거쳐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분을 갖고 있다 해도 일방통행식·지시형 정책은 파열음을 부를 뿐이다. 이동전화시장의 3월 대회전을 앞두고 사업자들도 정통부에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한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