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95B" 기술 도입 놓고 이통사업자 이해 엇갈려

 이동전화의 데이터서비스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IS-95B」 기술도입을 싸고 이의 조기적용을 주장하는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와 서두를 것 없다는 휴대폰사업자의 입장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이들의 입장차는 향후 국내 이동시장의 주도권 내지는 차별화 정책과 맞물려 있어 좀처럼 결론이 날 것 같지 않고 급기야는 국회에서 논의되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서 김영환 의원(국민회의)이 사업자들간에 논란을 벌이고 있는 IS-95B 기술도입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추궁, 국회 차원의 이슈로까지 확대됐다.

 IS-95B는 기존 이동전화 데이터 전송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전용 칩만 장착하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칩을 단말기와 기지국에 채용함으로써 64Kbps 전송속도를 제공한다는 IS-95B 기술은 PCS사업자들이 채용하고 있는 「IS-95A」(14.4Kbps급), 휴대폰사업자가 채용하고 있는 「IS-95」(9.6Kbps)에 비해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은 물론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IS-95B 기술도입이 이처럼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퀄컴의 「MSM-3000」칩을 도입키로 한 단말기업체들은 이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계수요에 다다른 이동전화단말기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데이터 능력이 강화된 IS-95B 기술도입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휴대폰사업자군과 PCS사업자군으로 분류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IS-95B 기술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자는 한국통신프리텔을 중심으로 한 PCS사업자군이다. 한통프리텔은 IS-95B 기술도입이 이뤄질 경우 단순한 음성통화기능만 제공하고 있는 이동전화를 정보화 도구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으며 투자비도 비교적 적게 든다는 논리로 이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논리 이면에는 서비스 차별화를 바탕으로 휴대폰업체들을 제압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LG텔레콤과 한솔PCS가 소극적이지만 일부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달리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등 휴대폰사업자들은 IS-95B 기술을 평가절하하기에 바쁘다. 신세기통신은 이동전화 사용자의 통화패턴을 분석할 때 데이터 사용층이 한정돼 IS-95B 기술을 도입하지 않기로 내부입장을 정리했다.

 SK텔레콤은 『IS-95B가 과도기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2000년 하반기 상용화될 「IS-95C」(1백44Kbps)로 직접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정보통신부와 국회에 제기하고 있다.

 휴대폰사업자들의 이같은 주장은 PCS사업자보다 IS-95B 기술도입에 따른 추가투자가 과중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사업자들이 IS-95B 기술을 도입할 경우 PCS사업자에 비해 월등히 많은 투자비뿐 아니라 공사기간도 훨씬 길 것』이라며 『이같은 점 때문에 SK텔레콤이 IS-95B 기술도입을 계속적으로 반대해왔다』고 말했다.

 김영환 의원은 『IS-95B 도입은 퀄컴에 대한 기술종속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특히 『IS-95C에 비해 과도기적 기술에 불과한 IS-95B를 도입하는 것은 중복 또는 과투자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