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전화요금 고지서를 인터넷 전자우편으로 보내주는 「온라인 청구서비스」에 나섰다는 보도다.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AT&T가 지난해 이 서비스에 들어가 가입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자 월드컴이 지난주 인터넷 청구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발표했고, 스프린트·GTE 등도 그 뒤를 이어 올해 안으로 온라인을 통해 전화요금 고지서를 발송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선 요금 고지서를 우편물로 보낼 때 한 건당 평균 1달러32센트를 지출하는 데 비해 이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경우 비용을 30∼40%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청구서를 인쇄하고 발송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어 기업의 경쟁력을 그만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이 서비스를 실시하는 이유의 하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서비스의 가장 큰 매력은 절감에 따른 이익이 가입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우편물로 발송하던 요금 고지서를 온라인으로 보내게 되면 가입자에게서 연간 최대 48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덜 받아도 된다는 것이 이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AT&T 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미국내 1억1백만 전화이용 가구 가운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구가 현재 1백6만 가구에서 오는 2003년에는 10배가 넘는 1천80만 가구로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게 조사기관의 분석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말부터 일부 이동통신 회사에서 전화요금을 은행구좌로 자동 납부하는 가입자에 한해 고지서를 인터넷 전자우편으로 보내주는 온라인 청구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급격히 늘어나는 이동전화 수요에 대응하고 고지서를 인쇄하고 발송하는 데 드는 원가를 절감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 서비스가 아직까지는 널리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청구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전화요금의 2백∼3백원을 감면해 주는 혜택을 부여해도 이용하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한 이유는 간단하다.
먼저 인터넷 전자우편을 이용하는 인구가 너무 적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인구가 현재 3백만명에 이르고 있고 성장폭도 매년 50∼60%에 달하고 있어 이러한 문제는 머지않아 해소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문화에서 오는 한계다. 전자우편으로 요금 청구서를 받게 되면 그동안 몸에 배어온 우편 청구서와 달라 확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편으로 우송된 청구서와 온라인으로 보내진 청구서가 다른 점은 그 실체가 눈에 보이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뿐인데 「확인에 대한 문화의 차이」는 매우 크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온라인 청구서비스가 활성화하려면 대대적인 의식개혁과 함께 지속적이면서도 적극적인 홍보가 뒤따라야 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청구서비스를 조기에 이용할 수 있도록 요금감면의 폭을 확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정부도 온라인 청구서비스가 일반에게 정착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온라인 청구서를 프린트해 은행에 가서 요금을 납부하고 차후 결제와 관련해 문제가 생겼을 때 이 영수증이 효력을 발휘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밖에 컴퓨터와 온라인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지금의 현금지급기처럼 공공장소와 은행, 우체국 등에 결제조회단말기를 설치해 누구든지 자신에게 온 청구서를 조회하고 결제할 수 있는 장치의 마련도 필요하다.
지난해 한해 동안 전화요금이나 전기요금, 나아가 신용카드 결제대금 청구서를 포함해 우편으로 보내진 청구서는 7억건을 넘는다고 한다.
보통 1장의 청구서를 인쇄하고 발송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5백원으로 가정한다면 산술적인 계산만으로도 청구의 비용은 3천5백억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돈이 청구를 위해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 청구서비스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막대한 우편물량과 청구 소요비용을 줄이면서 일반에게 비용 감면이란 좀더 많은 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