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역사는 드라마틱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의 역사였다. 웨일스의 장궁이 아장쿠르에서 프랑스인들을 섬멸함으로써 사실상 봉건시대의 막을 내린 것에서부터 에디슨의 전구와 아직도 인간 진화의 레이더에는 잡히지 않은 수많은 발명(수면장애에 관한 최근의 연구에서 지적됐듯이)에 이르기까지 변화는 종종 천천히 그리고 점진적이 아니라 단속적이며 단층적으로 일어난다. 아치와 도르래, 컴퍼스, 안경, 휴대형 제품들, 증기엔진, 조면기, 아스팔트, 모델T, 엘리베이터, 구조철강, 원자탄 등은 이를 만든 사람이 의도했던 것보다 그 충격이 훨씬 큰 발명품들이다. 궁극적으로 이들이 사회적, 정치적 및 경제적 시스템에 끼친 가공할 파괴력은 처음 의도됐던 용도의 충격을 훨씬 능가했다.
실리콘 밸리, 보스턴의 루트128과 같은 기술센터 주위에서 성장한 투자공동체는 그러한 발명품에 이름을 붙였다. 그들은 이를 킬러 애플리케이션 또는 좀더 부드럽게 「킬러앱」이라 부르고 있다. 킬러앱은 전적으로 새로운 목록을 설정하고 최초의 존재가 돼 이를 지배하고 초기 투자분에 대해 수백%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새로운 상품 또는 서비스다. 개인용 컴퓨터(PC), 전자자금 이체, 최초의 워드 프로세싱 프로그램 등은 모두 킬러앱의 한 예다.
킬러앱은 기술 투자자들의 성배로 그들의 꿈은 바로 이러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팔로알토의 대학가에 늘어선 커피숍과 주스바에서는 언제나 최초의 거대한 스프레드시트나 데스크톱 출판 프로그램, 「소닉 더 헤지호그」와 「둠」과 같은 한 세대를 풍미한 비디오 게임, 또는 인간과 컴퓨터간의 인터페이스 자체를 완전히 재정립한 최초의 애플 매킨토시 등에 대해 침을 튀기며 말하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 그런 것이 바로 킬러앱이다. 그리고 나도 이에 버금가는 킬러앱 하나를 알고 있다.
우리의 고객들은 주로 전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대기업의 상층 임원들이다. 그들에게 킬러앱은 그렇게 기특한 피조물로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킬러앱은 연관성이 없는 낡은 물건들의 강제 퇴거작업을 완료하고 또 산업을 그 당장의 필요에 따라 파괴하고 재창조하는 한편 비즈니스 협력사와 경쟁업체, 고객 및 시장 규제자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혼란 속으로 빠트린다. 일례로 월드와이드웹(WWW)의 경우를 보자. 그리고 금융서비스에서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정부에서부터 컴퓨팅업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광범위한 예측을 살펴보자.
킬러앱은 엄청난 부를 창출할 수 있고 또 정체된 경제 시스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러나 힌두의 여신 시바처럼 킬러앱 역시 재생적일 수도 파괴적일 수도 있다. 이들을 킬러앱이라 부르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살해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이 우리의 고객일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킬러앱은 어디서 오며 또 왜 도착하는 숫자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제1장 「디지털 전략」에서는 이 과정에 관해 설명했다. 오늘날의 킬러앱을 잉태하는 업무를 추진하는 주요 동력은 본질적으로 기술적 및 경제적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는 이들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취급하면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해 설명하는 것은 물론 제어까지는 아니지만 균형감각을 회복하는 방법까지 제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