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반독점 소송 9일부터 시작.. "불공정 경쟁" 법정 공방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반독점법 위반 소송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인텔의 반독점 소송이 이달 9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세계 정보기술산업을 주도해온 윈텔(윈도+인텔)진영의 양대 업체가 모두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피소돼 연방정부와 한판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MS와 인텔의 반독점 소송은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시장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시장경쟁을 방해했느냐가 분쟁의 초점이라는 점에선 다를 것이 없다.

 이 점이 인정될 경우 양사는 지금까지의 사업관행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게 되고 그로 인해 세계시장에도 상당한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벌써부터 미 정부가 MS에 승소할 경우 가격정책 등을 통한 PC 제조업체에 대한 MS의 통제력을 와해시킬 것이라거나 더 나아가 이 회사에 대한 분할을 시도할 것이라는 현지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MS를 제소한 법무부가 이 회사의 반경쟁적 행위 전반을 문제삼고 있는 데 비해 인텔을 상대하고 있는 연방무역위원회(FTC)는 이 회사가 경쟁업체들에 기술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방법으로 경쟁을 방해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소송엔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인텔이 받고 있는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MS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FTC는 컴팩과 인터그래프, 현재는 컴팩에 인수된 디지털이퀴프먼트 등 3사 관계자들로부터 수집한 증언을 통해 인텔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계획이다.

 인텔과 특허분쟁을 벌인 경험이 있는 이들 3사는 자신들이 특허소송을 제기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인텔이 자사 고객인 컴퓨터 제조업체들에 제공하던 신제품 정보를 중단하는 바람에 인텔칩 기반 시스템을 설계하지 못해 피해를 입었던 사례를 FTC에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인텔의 신제품 정보는 컴퓨터관련 업체들의 시장전략 수립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인텔이 특정 고객에게만 정보제공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것은 독점적 지위의 남용이라는 것이 FTC의 입장이다.

 또한 인텔이 특정업체에 정보제공을 거부한 데는 그들을 위협해 그들이 개발한 새로운 기술에 접근,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음모가 있었다고 FTC는 주장하고 있다.

 FTC는 이와 함께 재판과정에서 인텔에 대한 혐의를 입증할 또다른 증인으로 메모리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프로세서 제조업체인 AMD의 관계자를 내세워 인텔이 이들 회사의 신제품 출시를 방해하는 등 반경쟁 행위를 했다는 증언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FTC가 인텔과의 소송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선 3가지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인텔이 독점적 지위에 있다는 것과 따라서 공정한 경쟁을 위해선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마음대로 행사해선 안된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인텔의 행위가 궁극적으로 반경쟁적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독점문제와 관련해 정부측은 인텔이 고성능 칩시장에서 97%의 점유율을 갖고 있으며 경쟁업체들은 인텔의 아성에 도전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을 상기시킬 전망이다.

 정부측은 이와 관련, 20억달러에 달하는 신규공장 건설비용도 경쟁업체들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인텔은 MS가 했던 것처럼 자사의 높은 점유율이 곧 독점을 의미한다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으며 자사는 오히려 엄청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AMD와 사이릭스가 1천달러 미만 저가 PC용 칩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일례라는 것이다.

 더욱이 자사가 FTC의 주장대로 독점적 지위에 있다면 칩 가격을 인상해야지 왜 정기적으로 인하하는 전략을 추구해 왔겠는가라고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설령 자사가 독점업체라 해도 지적재산권 행사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을 누구와 공유하고 누구와 공유하지 않을 것인지는 자사가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피력할 전망이다.

 FTC의 주장과 달리 컴팩 등 3사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도 사업상의 필요에 의한 합법적 행위였음을 주장하겠다는 것이다.

 인텔로선 FTC가 자사를 제소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컴팩 등 3사의 사례를 든 것에 대해서도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자사는 칩 제조업체인데 이들 중 자사가 정보제공을 거절했을 당시 자사와 경쟁관계에 있던 업체는 디지털밖에 없었으며 그나마 디지털도 로버트 팰머 회장이 지난해 인텔의 행위가 자사의 알파칩 개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증언한 바 있어 결국 경쟁을 방해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IBM이나 모토롤러, 내셔널세미컨덕터 등 다른 칩업체들이 인텔의 행위로 기술혁신에 영향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발언한 것도 인텔이 FTC의 주장이 근거없음을 밝힐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