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기기를 소형·박형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온 전지문제가 해결될 전망이다.
종이처럼 얇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모양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고 기존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안전성이 뛰어난 리튬이온 폴리머전지가 이달부터 시장에 본격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리튬이온 폴리머전지는 이온전도율 등 성능면에서 리튬이온전지보다 떨어져 실험실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근 마쓰시타전지공업·소니·히타치막셀 등 일본업체들이 실용화에 문제없는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시장형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용도에 따라 현재의 리튬이온전지가 유리한 면이 있어 박형화가 가능한 이점 때문에 휴대폰 등 휴대기기를 중심으로 채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리튬이온 폴리머전지는 최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일찍부터 많은 업체들이 개발에 참여했다.
지금까지 리튬이온 폴리머전지의 개발에 참여한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10개 업체가 훨씬 넘지만 현재 샘플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는 5, 6개 업체 정도로 알려졌으며 이중에서 정식으로 양산계획을 발표한 업체는 마쓰시타전지공업과 소니 정도다.
리튬이온 폴리머전지의 양산계획을 발표한 건 일본업체들만이 아니었다. 미국의 울트라라이프배터리사에 이어 베일런스테크놀로지, 벨코어 등이 97년경부터 제품개발 및 양산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양산제품은 아직 나오지 못한 상태다.
일본에서는 마쓰시타전지공업이 1월하순부터 양산을 시작했으며 이달부터는 소니도 본격적인 생산체제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평균 전기용량이 5백㎃인 제품을 1월하순부터 월 30만개 규모로 생산하기 시작한 마쓰시타전지공업은 생산량을 점차적으로 늘려 올해 전체시장의 50%를 차지할 계획이다. 가격은 리튬이온전지보다 30% 가량 비싼 1천3백엔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용량 5백40㎃급 제품을 이달부터 샘플출하하기로 했다. 소니는 샘플가격을 4천5백엔 정도로 책정해놓고 있다.
소니는 올 여름부터 월 20만개 규모로 양산하기 시작해 연말에는 생산량을 월 1백만개 규모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두 업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업체로는 히타치막셀·유아사·도시바전지 등이 있다. 실제로 유아사의 제품은 휴대형 오디오기기용으로 채택이 된 상태이고 히타치막셀·도시바전지 등 2개사는 각종 전시회에 시제품을 전시하는 한편 세트업체에 샘플을 출하해 사업화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히타치막셀은 현재 시험생산라인에서 월 3만개 규모로 생산하고 있는데 4월경에는 휴대정보단말기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럴 경우 히타치막셀은 생산량을 월 10만개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또 일찍부터 연구·개발에 나선 유아사도 현재 월 3만개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에너지 밀도도 리튬이온전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밖에 니카드전지·니켈수소전지·리튬이온전지 등 소형 2차전지분야에서 최대의 생산력을 보유하고 있는 산요전기도 리튬이온 폴리머전지의 품질이 상당한 수준에 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전지업체가 실제로 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가까운 장래에 일본에서만 10여개 업체가 리튬이온 폴리머전지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리튬이온 폴리머전지는 리튬이온전지가 전해액을 사용하는 데 반해 겔상태의 폴리머(고분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누액의 염려가 없을 뿐 아니라 금속 캔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경량·박형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개발초기에는 공급할 수 있는 전류량을 결정하는 전기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전지에 미치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거의 같은 수준으로 올라와 폭넓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마쓰시타전지공업에 따르면 올해 세계 소형 2차전지의 수요는 전년대비 3% 늘어난 23억개에 달할 것이며 이중 리튬이온전지는 3억5천만개, 리튬이온 폴리머전지는 1천5백만개에 이를 전망이다.
또 2000년에는 전체 소형 2차전지의 경우 7% 증가한 24억5천만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리튬이온전지는 4억5천만개로, 리튬이온 폴리머전지는 6천만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금액면에서는 2000년에 소형 2차전지시장 전체가 5천3백억엔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중 리튬이온전지는 2천9백억엔, 리튬이온 폴리머전지는 6백억엔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