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보호 전문업체인 S사는 지난해말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지원센터에 입주를 시도했다. 국내보다 훨씬 규모가 큰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돈도 벌고 유수한 업체들의 노하우도 전수받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S사의 시도는 1년 동안의 최소 마케팅 비용 2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2억6천여만원)를 구하지 못해 좌절되고 말았다.
아이디어와 기술 하나만으로 무장한 벤처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본지와 정보통신진흥협회·정보보호산업협회가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바람직한 산업육성책을 살펴보았다.
◇수요기반 마련=정보통신부는 지난 97년말 정보보호산업 육성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 오는 2002년까지 총 2천억원의 자금을 집중지원하고 각 부처의 전산투자 예산편성시 전체의 5∼10%를 정보보호부문에 할당토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에서 39개 응답업체들 중 정보보호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의지를 실감하고 있다는 업체는 전체의 7.7%인 3곳에 불과해 이같은 계획은 사실상 말뿐이었음이 증명됐다. 나머지는 약간 느끼고(25개, 64%) 있거나 거의 실감하지 못한다(11개, 28%)는 반응이었다.
정부의 육성책 가운데서도 업계가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수요기반 확충이다. 굳이 거창하게 5개년 계획까지 수립하지 않더라도 정부·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최소한의 수요기반을 만들어달라는 얘기다. 실제로 5개년 계획의 첫해였던 지난 연말만 해도 각 부처의 차기연도 예산안 수립시 정통부는 각 부처에 정보보호부문 예산편성에 대한 협조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지원=모든 벤처기업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애로점은 자금조달 문제다. 이는 근본적으론 진정한 의미의 벤처캐피털이 부재한 국내환경에 기인하지만 정부의 자금지원 방식도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다수 정보보호업계는 아이디어와 기술력, 사람이 자원인 벤처기업이 자금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이 매출액 규모나 담보 여부는 될 수 없다는 견해다. 무엇보다 특정분야의 기술력과 사업성에 대한 올바른 평가기준이 마련돼 이를 근거로 자금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업계는 정보보호분야의 정부과제가 더욱 확충돼야 하며 산·학·연 컨소시엄 등도 활발히 전개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전문업체들의 실질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마케팅비용 등의 지원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종전처럼 다수의 업체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지원방식에서 탈피, 철저한 기술·사업성 평가를 토대로 개발력있는 소수의 업체를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대국민 홍보=업계는 아직도 일선 현장에서 정보보호 마인드가 부족한 점이 시장개척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호소한다. 때문에 정보보호업체들은 사용자들에게 기초적인 보안교육에서 중요성· 제품 소개 등을 일일이 설파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회 전반에 인식이 확산돼야만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정보화책임관(CIO)이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고 실제 투자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국민 홍보의 중요성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노력 이외에 정통부·국가정보원·한국정보보호센터가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