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보편의점 "우후죽순"

 홋카이도에 거점을 둔 A광고회사의 다나카 부장은 하네다행 비행기안에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점검하던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의 그래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광고주인 도쿄의 B사를 프레젠테이션차 방문 중이던 다나카 부장은 저녁 비행기를 탄 관계로 다음날 9시로 잡혀있는 약속시간까지 컬러로 작성된 그래프를 수정할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나카 부장은 다음날 사전에 미스프린트가 있음을 밝히고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으나 자사 경쟁회사들의 점유율이 뒤바뀐 그래프를 바라보는 광고주의 뜨악한 표정에서 수주가 어려울 것임을 직감했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일본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광고수주에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에서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영업하는 정보편의점이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정보편의점은 킨코스와 디지털컨비니. 킨코스는 도쿄에 15개소, 나고야에 4개소, 오사카에 3개소, 후쿠오카에 4개소 등 총 26개소가 설치돼 있으며 디지털컨비니는 도쿄 4개소, 고후 1개소 등 5개소가 영업중에 있다.

 이들 정보편의점은 복사와 프린트서비스가 중심인 출력센터와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한다는 점이지만 PC로 작성된 데이터를 파일형태로 가져오면 컬러프린트는 물론 필요한 형태로 가공해 제본까지 빠른 시간에 완성한다는 점도 출력센터와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정보편의점은 출력센터와 기존 인쇄업체의 틈새시장을 노린 사업형태로 볼 수 있다. 기존 인쇄업체에 프린트와 제본을 부탁할 경우 3∼7일 정도가 걸리는 것이 보통인데 정보편의점은 3, 4시간만에 제본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원하는 형태로 제본된 문서를 얻을 수 있다.

 또 단 한부라도 접수하기 때문에 10부 미만이 필요한 경우는 기존 인쇄업체와 비교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게 든다. 컬러인쇄의 경우 용지의 크기와 장수에 따라 요금이 다르지만 A4 이하 10장 정도면 1장당 단가가 2백40엔, A3는 1장당 4백엔 정도이다.

 제본은 스테이플러로 단순히 고정하는 것에서부터 테이프를 붙여 제본하는 테이프제본, 링으로 고정하는 링제본, 플라스틱제본까지 다양하다. 제본요금은 1∼10부 정도의 적은 단위일 경우에도 1부당 3백엔을 넘지 않는다.

 정보편의점은 이밖에도 시간제 PC임대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요금은 15분에 2백50엔 정도로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다. 또 명함도 그 자리에서 만들어 주는데 20장 기준 가격이 약 5천엔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일본의 두 대표적인 정보편의점 디지털컨비니와 킨코스는 서비스 내용과 이용료가 거의 같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디지털컨비니는 전국 체인점 수가 킨코스의 약 5분의 1로 규모면에서 다소 떨어지지만 킨코스가 아직 실시하지 않고 있는 인터넷 매개서비스를 추진해 지명도를 높이고 있다.

 디지털컨비니의 인터넷 매개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이를 제본해 주는 서비스로, 소비자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계약을 체결해 놓아야 하지만 직접 방문할 필요가 없어 호응을 얻고 있다. 완성된 자료를 택배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어 가까운 곳에 체인점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이같은 정보편의점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자신이 사용한 PC 폰트가 정보편의점에 설치돼 있는 PC에 대응하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특히 프레젠테이션용으로 작성하는 문서는 종종 특별한 폰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 자신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버전이 최신버전일 경우에도 전화 등을 통해 정보편의점의 버전을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낮은 버전으로 작성한 문서의 경우는 보통 높은 버전에서도 읽어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나 최신버전으로 작성한 문서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킨코스는 미국에서도 정보편의점의 대명사로 통한다. 지난 70년 1호점을 오픈한 이 정보편의점은 현재 미국 전체에 약 9백개 체인점을 확보하고 있다.

 사실 이 정보편의점이 일본에 처음 진출한 것은 이미 7년전인 92년이었다. 킨코스인터내셔널과 스미토모금속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킨코스재팬이 사업을 추진했으나 당시에는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부족하고 시장저변도 좁았던 관계로 사업확대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지난 수년간의 폭발적인 PC보급과 문서 디지털화를 배경으로 관련수요가 급증하면서 현재 체인점 수가 26개소로 늘어났으며 내년말에는 1백개소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 이같은 시장 저변확대를 겨냥해 97년 참여한 번역·DTP업체 뮤와 돗판인쇄의 합작사 디지털컨비니도 현재 5개소인 체인점 수를 내년중 20여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추진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정보편의점은 일본시장에서 가능성 있는 사업의 하나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