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21)

 그 반찬은 빌딩의 지하 보일러실에 보관했다. 어머니는 나와 하룻밤을 지내면서 또다시 나의 운명에 대해서 얘기했다. 여러번 들었던 중년 재운과 말년 관운에 대한 사주팔자를 피력했다. 그 사주 괘에 나오는 어휘는 나 역시 여러 번 들어서 외울 정도였다. 나는 모처럼 올라온 어머니에게 서울구경을 시켜드린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나에게 폐가 된다고 하면서 다음날 내려가셨다. 잘될 것이라는 어머니의 굳은 신념은 그것이 사주팔자에 의한 미신이기는 했지만 점차 나에게 하나의 신념을 심어주고 있었다. 막연하지만 나 역시 어머니의 뜻대로 잘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아침 첫차로 떠나는 어머니를 고속버스터미널에 모셔다 드리고 출근을 했다. 보일러실에 반찬그릇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관리인이 웬 것이냐고 물었다. 점심 때면 주로 라면을 끓여먹었지만 반찬 때문에 밥을 지어먹었다. 관리인 아저씨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눴다.

 『어머니께서 다녀가셨습니다.』

 『오래간만에 어머니를 만났군요. 회사 연구실에서 숙식을 한다고 걱정을 안 하시던가요?』

 『자세한 얘기는 안해 드렸어요. 어머니는 사주팔자대로 내가 잘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별로 걱정하시지는 않아요.』

 『최군 사주팔자가 좋답니까?』

 『그렇다고 해요. 전 믿지 않지만.』

 『믿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좋은 팔자를 싫어하지는 않는 모양이군?』

 『좋다는데 싫을 리가 있나요.』

 『나 역시 인간의 운세를 그렇게 절실하게 믿지 않아요. 그러나 인간의 운명은 분명히 있는 것이고 그것은 하늘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라기보다 자신이 만든다고 믿지.』

 그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손금 운세와 동전 던지기가 있지. 어느날 한 사람이 손금 운세를 보았는데 그 손금에 끊어진 부분이 있었소. 그것이 이어져야지 성공할 수 있는데 중간에 끊어져서 성공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지요. 이 말을 들은 그는 그날부터 그 손금이 이어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고민을 하며 뾰족한 송곳으로 끊어진 그 손금을 파면서 이으려고 했소.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후에 그는 성공을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