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22)

 『그는 과거에 손금 사주를 본 사람을 다시 찾아가서 그것이 틀렸음을 지적했소. 그러나 놀라운 일은 전에는 끊어졌었던 그 손금이 이제는 이어져 있었던 것이오. 그것은 오랜 세월 송곳으로 금을 그었기 때문에 상처가 생겼고, 그 상처가 손금으로 이어져 있었던 것이지. 그런데 손금이 이어져서 성공을 한 것일까? 나는 바로 그 사람의 의지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지요. 자기 손을 그어서 손금을 이을 만큼 집요하게 집착했다면 다른 일에도 성공했을 것이기 때문이지.

 동전 던지기는 무슨 말이냐면 중국의 고사에 나오는 말인데, 한 명의 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적을 치려고 가는데 그 군사의 수가 적어서 이기기 힘들었지요. 그런데 그 장군은 어느 절 앞에 멈춰 서서 군사들과 지휘관들을 모아 놓고 동전 한 개를 쳐들면서 말했지요. 이 동전으로 운세를 점치겠다. 이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우리가 승리할 것이고 뒷면이 나오면 패할 것이다. 그리고 장군은 동전을 높이 던졌소. 그런데 바닥에 떨어진 동전이 앞면이 나온 것이오. 그러자 지휘관들과 군사들은 환호했고 그들은 적을 쳐서 이겼지요. 그런데 나중에 한 지휘관이 대장에게 물었지요. 장군, 그 동전이 뒷면이 나오면 어찌할 뻔했습니까. 그것이 꼭 앞면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했나요. 그러자 장군은 그 동전을 보이면서 말했소. 이것은 앞면밖에 없다. 어차피 앞면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운명은 자기가 만드는 것이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했지요.』

 보일러 관리인 아저씨의 그 말은 나에게 강한 인상을 줬다. 그 일화는 그 후 내가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용기를 가지게 한 하나의 좌우명처럼 새겨졌다. 그것은 어머니의 사주팔자 얘기와 함께 나의 정신적 거름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해 가을에 나는 내 운명을 개척했다. 동료 기술자들이 모두 회사를 떠나면서 주어진 기회를 나는 해냈던 것이다. 텔렉스 교환장치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그것을 여러 번 시험가동해서 확인했다. 별다른 오동작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 의뢰한 통신회사에 납품을 했다. 그 무렵에 KIST에서는 전화 교환시스템이 연구중에 있었다. 77년 KTRI(한국통신기술연구소)에서 개발을 시작해 후신인 KETRI(한국전기통신연구소)에서 완성한 114 번호안내 시스템도 내가 연구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연구를 마치기 훨씬 전에 홀로 그것을 달성했고, 그 사실은 전자업계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