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고속 인터넷시장 "춘추전국 시대" 방불

 최근 미국 인터넷시장은 초고속 인터넷을 둘러싸고 인터넷망업체간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업체간의 합종연횡도 잇따르고 있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초고속 인터넷망업체는 케이블모뎀에 기반한 케이블TV사업자, 디지털가입자회선(DSL) 서비스를 들고 나온 지역전화사업자, 위성을 활용해 인터넷서비스에 나서고 있는 위성방송사업자 등 3개 진영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케이블TV사업자와 지역전화사업자간의 양자구도로 전개되고 있던 초고속 인터넷시장에 최근 위성방송사업자도 뛰어들어 시장을 선점키 위한 업체간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잇단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디렉TV·에코스타 등 위성방송사업자들은 케이블TV사업자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미 최대 PC통신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 및 인터넷검색업체 야후 등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SBC·벨애틀랜틱·US웨스트 등 지역전화사업자는 이들이 이미 구축해놓은 전화망을 활용해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DSL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특히 US웨스트는 DSL 회선확충 및 서비스확대를 위해 3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SBC는 올해초 DSL 서비스요금을 대폭 인하, 한달에 39달러에 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케이블TV사업자는 이에 비해 더욱 역동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지난해 AT&T와 48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인수를 발표한 TCI.

 특히 TCI는 모회사 AT&T의 마이클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의 적극적인 인터넷사업 강화정책 덕분에 인터넷사업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월 TCI는 브레스넌커뮤니케이션·팰콘케이블TV·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인터미디어파트너·피크케이블비전 등 5개의 케이블TV사업자와 공동으로 합작사를 설립, 이들과 함께 초고속 인터넷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TCI의 자회사인 앳홈(@Home)은 인터넷검색업체 익사이트를 67억달러에 전격 인수, 경쟁사에 비해 다소 열세였던 콘텐츠부문을 보강했고 지난달에는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와 제휴한 통신합작사를 설립해 케이블TV망을 통한 다양한 인터넷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TCI의 모회사 AT&T는 앳홈이 인터넷사업을 모두 전담토록 자사의 인터넷접속 사업부인 「AT&T월드넷」을 앳홈에 주식인수 방식으로 넘겨주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인터넷망사업은 TCI에, 콘텐츠는 앳홈에게 맡김으로써 망사업과 콘텐츠사업의 병행 발전을 도모키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TCI를 중심으로 케이블TV사업자들이 사업강화에 나섬에 따라 AOL·마인드스프링 등 콘텐츠에 기반한 주요 인터넷업체도 초고속 인터넷망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들은 초고속 인터넷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동영상 및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늦어 인터넷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고 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AOL 등 콘텐츠업체는 AT&T가 인수한 TCI의 케이블망을 경쟁사에게 전면 개방할 것을 미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TCI의 케이블 가입자는 앳홈이 제공하는 인터넷서비스만을 우선적으로 제공받고 있으며 TCI 가입자가 경쟁사의 인터넷서비스를 제공받을 경우 기존 인터넷 접속료의 2배에 달하는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AOL은 이와는 별도로 자사 가입자들이 벨애틀랜틱의 DSL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벨애틀랜틱과 제휴하는 한편 디렉TV 등의 위성방송사업자와도 초고속 인터넷사업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 야후·라이코스·MSN 등 포털서비스업체도 초고속망 사업자와의 연대 모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같이 인터넷망업체와 콘텐츠업체간의 치열한 경쟁은 결국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만이 최종적으로 살아남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