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티엄Ⅲ 이어 윈도98까지 보안 "구멍"

 세계 컴퓨터산업계에 최근 개인정보 유출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파문의 진원지는 세계 PC산업을 주도해온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

 「윈텔」 진영의 양대축을 이루면서 PC산업의 대명사로 여겨져온 이 두 회사가 최근 잇따라 개인정보 유출 파문에 휩싸이면서 「빅브러더」라는 비난까지 듣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두 거대회사는 특히 최근 미국정부로부터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피소돼 각각 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 이같은 파문에 휘말려 매우 곤혹스런 입장에 빠졌다.

 더욱이 파문을 일으킨 제품이 펜티엄Ⅲ와 윈도98 등 양사의 최신 간판제품이어서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MS의 최신 운용체계(OS)인 윈도98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은 뉴욕타임스 등 현지언론의 보도로 알려지게 됐다.

 보도된 내용의 핵심은 윈도98을 탑재한 컴퓨터를 사용할 경우 사용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개인정보가 MS로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것.

 이같은 사실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파랩소프트웨어라는 소프트웨어회사 사장으로 있는 리처드 M 스미스씨.

 스미스 사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펜티엄Ⅲ 파문을 보면서 상용소프트웨어에선 개인정보 유출문제가 없는지 관심을 갖게 됐으며 윈도를 대상으로 삼아 실험을 하던 중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MS의 워드와 엑셀로 작성된 문서들이 개인식별(ID)기능을 할 수 있도록 사용자 컴퓨터 정보가 담긴 32자리의 고유숫자를 생성하며 이 숫자가 윈도98의 레지스트레이션(등록) 과정을 거치면서 MS로 보내진다고 밝혔다.

 워드와 엑셀은 MS의 업무용 패키지 소프트웨어인 「오피스」에 들어있는 프로그램들로, 컴퓨터 이용자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MS는 워드와 엑셀 문서에서 만들어지는 고유숫자는 「글로벌리 유니크 아이덴티파이어(GUID)」라는 것으로, 「오피스」에서 하이퍼링크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문제발생 근원을 찾아내는 데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며 윈도98을 통해 이 ID가 유출된다는 사실은 스미스 사장으로부터 전해듣고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GUID의 유출은 OS 설계시 자사가 의도한 것이 아니며 단순한 결함 때문이라는 해명이다.

 MS는 소비자들이 이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수정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스미스 사장은 그러나 MS측에서 GUID를 이같은 용도로 사용한 적이 없다며 이 ID가 소프트웨어 복제를 감시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여러 대의 컴퓨터에 설치했을 경우 MS가 GUID 정보를 분석해 어떤 컴퓨터에서 복제소프트웨어를 사용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MS측에서 이를 의도적으로 개발했다고 그가 주장하는 근거다.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윈도98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은 인텔 펜티엄Ⅲ의 프로세서 시리얼넘버(PSN)」 기능을 둘러싸고 사생활 침해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나왔다는 점만으로 그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펜티엄Ⅲ 파문은 ID기능을 하는 PSN의 채택을 인텔이 공표했다는 점에서 우연히 발견된 이번 윈도98 파문과는 다르지만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라는 점에선 공통점을 갖는 것이다.

 인텔은 앞서 익명성에 기반한 인터넷 사기 등을 방지해 전자상거래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펜티엄Ⅲ에 PSN기능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인텔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미국의 소비자단체들은 즉각 PSN기능이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며 이 기술의 적용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을 불사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펜티엄Ⅲ의 PSN기능이 컴퓨터 사용자들을 감시하는 「빅브러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 이 제품의 판매를 중단시켜 줄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인텔은 그러나 이 기능이 전자상거래의 안전에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당초 기본기능화하려던 계획만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결하는 선에서 소비자단체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출하를 강행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들은 인텔의 이같은 양보안에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윈도98 문제가 터져나오면서 소비자들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앞으로 컴퓨터산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