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25)

 『형 군대생활 어때?』

 내가 배용정 선배에게 물었다. 그는 술이 취한 얼굴로 나를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

 『군대생활이 어떠냐고? 그건 물어볼 필요 없이 들어와 보면 알지. 훈련을 마치고 보급창에 배속을 받았지. 휴전선에 나가는 것보다 고생은 덜 되겠지만 좆뺑이 치는 것은 마찬가지야. 그런데 조금 전에 너하고 악수하던 여자 전부터 알고 있었니?』

 『누구? 백화점의 문 사장 말이야? 문 회장의 동생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오늘 처음 봐. 그건 왜 물어?』

 『저렇게 생긴 여자가 색을 잘 쓰지. 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저 여자를 바라보면서 그 생각을 하고 몸이 확 달아올랐지.』

 『무슨 생각을 했는데?』

 『저 여자가 내 그것을 빠는 상상을 했지.』

 나는 얼른 주위를 돌아봤다. 그때 가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듣는 사람은 없었다.

 『형은 군대 가서도 여전히 입이 걸어.』

 『너는 모른다. 내무반에서 그런 얘기 해주면 고참들이 좋아 죽으려고 하지. 내 말을 듣다가 슬며서 화장실에 가는 고참도 있어. 뭐하러 가는지 알지.』

 나는 묻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설명을 했다.

 『화장실에 가서 딸딸이를 치려는 것이지.』

 『형,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좀 건전한 얘기 할 수 없어요? 그런 얘기가 재미는 있겠지만 혐오감도 주고 있어.』

 『혐오감을 준다고? 글쎄, 너는 좀 유별나니까. 어쨌든 네가 프로그램을 완성했다는 말을 듣고 파티에 참석하러 왔잖니. 이 아까운 밤에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여자하고 포개져서 땀을 흘리고 있을 텐데. 얼마나 굶었는지 그 허기증을 너는 상상도 못할 거다.』

 나는 웃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그의 말은 어둠 속에서 더욱 음란한 느낌을 줬다. 내가 재미없어 하는 눈치를 보이자 그는 화제를 돌렸다.

 『어떻게 완성한 거니?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그 원칙은 있을 거잖아.』

 『이번에 완성시킨 시스템 프로젝트는 목적이 뚜렷했기 때문에 좀더 수월했는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