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2차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는 어디까지나 민간이 건의한 초안이므로 정부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고 공청회에서도 많은 문제가 지적됐지만 공직자들의 동요는 물론 일반 국민까지도 어리둥절한 사태에 직면해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특히 산업기술분야, 그 가운데서도 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를 통폐합해 산업기술부로 재편한다는 안은 실현 가능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심히 우려되는 발상이다.
물론 개혁을 내걸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 자체에 반대한다거나 공무원들의 밥그릇 싸움이 재현되는 부처이기주의 탓에 반드시 밀어붙여야 할 개편안을 철회시켜서는 곤란하다.
다가오는 21세기에 우리나라의 위상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정부조직 개편은 그만큼 중요하고 일부 저항세력의 주장으로 포기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편은 현실의 잘못된 부분을 미래에 알맞게 뜯어고치는 작업이다. 만에 하나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이루어진다면 그 폐해는 정부는 물론이고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산업관련 3개 부처를 통폐합하는 것은 행정의 편의성이나 효율성 등 일정 부분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자부·과기부·정통부의 통폐합은 그같은 행정 효율성의 잣대로만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
정보통신부는 현 정부의 최대 국정지표인 21세기 지식정보사회를 열어 가는 주무부처요, 핵심 역량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기회있을 때마다 지식정보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통부의 비전확립·정책수단에 공감하고 있다.
김종필 총리 역시 지난 10일 「사이버코리아 21」 비전이 올바르게 수행될 수 있도록 관련부처와 기관들이 최대한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이버코리아 21」은 최근 정통부가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비전으로 제시,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다.
민간기구들 역시 정통부의 위상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잇따르고 있는 정보통신 유관기관이나 단체의 정통부 통폐합 반대 성명은 그렇다치더라도 얼마 전에는 행정개혁시민연합조차 정통부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예 산자부의 전자기능을 정통부로 넘겨주라는 것이다.
이처럼 정권 최상층부와 행정학자, 일반 시민까지도 정보사회에서 정통부의 역할과 위상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이번 개편 시안은 정통부의 해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지어 공청회 자리에서조차 정통부의 통폐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도 아직까지는 이를 수렴하는 어떠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번 정부조직 개편이 21세기 지식정보사회 구현을 지향하고 있다면서도 핵심 주무부처인 정통부를 버젓이 통폐합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거의 코미디 수준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굳이 정통부의 존치 이유를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 사회구조가 바뀌고 우리 삶을 지배하는 패러다임이 변화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일부에서는 우정부문은 독립, 정보화 기능은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로 가는 것도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정통부의 지원과 육성을 목마르게 갈구하는 업계는 이 경우 『아무것도 되는 게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정통부가 맡고 있는 부문은 그야말로 21세기형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것들이다. 정보통신산업이 그렇고, 한창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전파부문이 그렇다.
이들을 효율적으로 지원·통제·육성해 정보사회의 기틀을 다지려면 전담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확대·강화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는 물론 국민의 시각이다. 주무 전담부처도 없이 21세기 지식정보사회를 맞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