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었어. 양창성 선배가 하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회사를 떠났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어쨌든 축하한다.』
배용정은 다시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그때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이 처음에 잠깐 대화를 멈췄지만 다시 떠들었다. 음악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주피터」였다. 모차르트 최후의 교향곡이라고 하는 이 곡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을 땄지만 그것은 모차르트가 붙인 것이 아니고 후세 사람들이 만든 이름이었다. 백화점 주인이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미스터 최, 이 음악 괜찮죠? 내가 틀라고 했지.』
『네, 잘은 모르지만 좋습니다.』
『난 모차르트가 좋아요.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오르가즘에 올라요.』
나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렇게 말한다고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그런 말은 배용정 선배나 하는 전매특허로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옆에서 배용정이 듣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은 음악 때문일까. 그러나 그녀의 말에는 어느 정도 허풍기가 들어 있는 느낌을 주었다.
『여기 있는 오디오도 고급이긴 하지만 별로 소리가 좋지 않아요. 최상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컴퓨터 오디오 시스템을 연구할 필요가 있어요. 미스터 최, 가능한 일이죠?』
『오디오의 소리 제어도 컴퓨터가 하고 있습니다. 과연 최상의 소리를 낼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요.』
『나는 같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41번 판도 일곱장 가지고 있어요. 왜 그런지 알아요? 같은 곡을 놓고도 음반회사가 다르고, 지휘자가 다르고, 협연을 한 오케스트라가 다르면 음이 달라지죠. 그 달라진 것을 구별해서 음미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물론 오디오 시스템이 다르거나 스피커가 달라도 음이 다른 느낌을 주죠.』
『그것을 구별할 정도의 인식이면 대단하십니다.』
나는 음악을 그렇게 섬세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그것은 이론으로 말할 수 없는 감각일 것이다.
『미스터 최에게 최고의 음악 프로그램을 개발하라면 할 수 있어요?』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서는 음악을 개발한다기보다 주어진 것을 가장 정확하게 표출시키는 작업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아직 그 수준은 못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