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새 천년의 통신장비시장을 잡아라.」
미 휴렛패커드(HP),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캐나다 통신장비업체 노텔네트웍스 등 4사는 오는 2000년 2500억달러에 이르는 통신장비시장 공략을 위해 제휴했다.
이들 4사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새너제이에서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 최고경영자(CEO), HP의 루 플랫 CEO, 노텔의 존 로스 부사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통신장비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일정상 참여하지 못한 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위성통신을 이용해 자리를 대신했다.
이번 제휴의 일환으로 HP는 MS·인텔·노텔 등의 기술을 탑재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서버(BCS)」와 「비즈니스 메시징 서버(BMS)」 등 2개의 통신서버를 선보였다.
BMS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통신서버로, 노텔의 음성·메시징기술을 HP의 서버에 통합하는 한편 운용체계(OS)로 윈도NT, 프로세서로 펜티엄Ⅲ 칩을 채택했다.
특히 이 서버는 사설전화망(PBX)기능을 부가한 차세대 통신서버로, 음성 전자우편, 팩스, IP 텔레포니기능 및 80여개의 통화 동시전송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BCS는 노텔의 메시징 소프트웨어(SW) 「네트웍스 콜파일럿」 및 MS의 아웃룩·익스체인지 등 전자우편 SW를 탑재했고 주요 통신장비업체들이 제공하는 PBX와 호환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MS와 노텔은 2개의 연구소를 설립, 이 연구소에서 MS의 윈도NT와 노텔의 다양한 통신장비 애플리케이션간의 호환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4사간의 이번 제휴는 통신사업자간 인수&합병(M&A) 및 데이터통신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본격적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되는 통신장비시장 공략에 연합해 대응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현재 가속화하고 있는 음성·데이터 통합열기도 이번 제휴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위성통신을 통해 『다가오는 밀레니엄에는 데이터 네트워크 환경이 음성 네트워크 환경으로 대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언급했다.
HP·MS·인텔 등 데이터 위주의 컴퓨터업체들은 이번 제휴로 노텔의 음성기술을 확보, 음성인식 SW 등 음성기술 강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으며 노텔은 자사의 음성기술에 데이터기술을 통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앞으로 이들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용절감을 위해 인터넷기반의 IP 텔레포니 장비 등 이들 4사가 앞으로 출시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주요 수요계층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다.
개별기업별 전략을 살펴보면 HP는 이번 제휴를 통해 자사 서버에 통신기능을 부가, 서버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고 특히 지지부진하게 전개됐던 네트워크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HP는 현재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전자상거래사업에서 음성지원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MS는 이번 제휴로 현재 유닉스환경이 주류인 통신장비시장에 윈도NT가 진입하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MS는 다소 불안하다고 평가받아 온 윈도NT의 시스템 안정성을 제고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자사 칩시장을 통신장비분야로까지 확대하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 노텔은 자사 콜센터장비에만 활용했던 인텔의 칩을 노텔의 전 통신장비로 확대 사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제휴는 인텔과 노텔에 새로운 파트너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텔은 앞으로 노텔의 통신장비 칩 주공급업체인 모토롤러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텔은 미국의 거대 컴퓨터업체들과 제휴함에 따라 미국시장에서 자사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는 한편 현재 루슨트테크놀로지스·시스코시스템스 등이 주도하고 있는 미국 통신·데이터시장 공략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들 4사간의 전략적 제휴로 다가오는 새 천년에 본격화할 통신업계의 구도재편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앞으로 통신 및 컴퓨터업체간 전략적 제휴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