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정통신 새 "패러다임" 필요화

 시내외전화서비스를 비롯한 고정통신 역무가 크게 위축됐다는 보도다.

 세계적으로 가장 단기간에 가장 많은 전화회선을 증설하면서 매년 증가세를 거듭해온 고정통신이 이동통신이나 데이터통신에 밀려 지난해를 고비로 이용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사실은 대표적인 고정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데이콤·온세통신의 지난해 결산자료를 보면 잘 나타나 있다.

 지난해 한국통신의 시내전화 서비스 가운데 일반전화부문 매출은 3조6135억원으로 지난 97년보다 438억원이 줄어들었고, 그동안 흑자사업이었던 시외전화 역시 이동통신의 대공세에 밀려 2조234억원에서 1조7624억원으로 12%나 감소했다.

 데이콤의 시외전화 매출도 전년대비 16%나 줄어든 1409억원에 그친 것을 보면 총체적으로 시내외전화서비스가 보다 편리한 이동전화서비스로 몰리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제전화 역시 인터넷폰 서비스를 앞세운 별정통신사업자들로 인해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한국통신의 경우 97년 1조1626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7936억원으로 무려 31%나 줄어들었고, 제2사업자인 데이콤도 6% 줄어든 2680억원에 그쳐 고정통신 이용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고정통신 이용이 감소했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서 유통되는 정보량이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전화선을 타고 흐르는 정보량은 인터넷이나 PC통신의 폭발적인 수요증가로 회선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이는 그동안 통신의 이용주체가 인간 대 인간에서 이제는 인간 대 기계, 기계 대 기계로 이어지는 새로운 패턴으로 바뀌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즉 음성통화 대신 팩시밀리·컴퓨터통신 등으로 통신망 이용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내용은 고정통신사업자의 지난해 결산통계에서도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통신의 데이터통신사업부문은 9284억원으로 전년보다 738억원이 늘어났으며, 데이콤의 전용회선과 데이터망사업은 각각 6.4%·1.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고 천리안·보라넷·매직링크 등 정보통신사업은 무려 34.6%나 늘어났다.

 이는 그동안 비주력 사업이었던 전용회선사업이나 데이터통신사업 등이 인터넷시대를 맞아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통신이용의 변화는 이제 통신사업자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화망을 근간으로 해온 기존 통신망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통신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내용이다.

 수십 킬로급에서 수 메가급을 거쳐 기업통신의 근간이 되는 수십 메가급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 이용자의 고속통신망 수요를 감안할 때 재래식의 단순한 형태인 고정통신으로는 이용자의 복잡한 요구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고정통신의 개념을 음성 위주에서 고속데이터통신·영상전화 등 멀티미디어 통신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입자망 고도화를 통해 End-to-End 디지털회선 제공과 음성·데이터·영상의 통합서비스의 제공기반을 구축해 국민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고속 멀티미디어 통신서비스를 편리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고정통신사업자들은 음성과 데이터통신을 초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비동기식 셀 교환방식인 ATM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그간 정부 주도로 개발에 힘써 온 ATM 교환기 등 초고속 정보통신 시스템과 주변 장치들을 포함해 이용자와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고속 디지털가입자 선로기술 등 이 분야에 대한 입체적인 기술개발과 연구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기존 통신서비스의 성장한계와 새로운 정보서비스의 폭발적 생성, 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틈새를 메우는 새로운 통신기술의 개발 및 보급이 새로운 밀레니엄시대를 여는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