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30)

 나는 윤 병장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그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우물거렸다.

 『바른 대로 말해. 자식아.』

 『아직….』

 딱지를 떼었다고 해도 가자고 할 것이고 떼지 않았다고 해도 떼게 해준다고 하면서 끌고 갈 것으로 보였다. 내 짐작대로 그는 히죽 웃더니 다음 말을 이었다.

 『대부분의 사내들은 군대 와서 딱지를 떼는 거야. 그건 알고 있지?』

 『전 사실 그런데 취미를 붙이지 않았습니다. 못합니다. 사랑도 없는 섹스는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동물이지 사람입니까?』

 『이 자식 봐라. 그럼 너 말고 우리는 모두 동물이겠구나. 하긴, 분류하면 동물은 동물이지.』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런 일은 저에게 맞지 않을 것 같아서요.』

 『누군 맞아서 하고, 누군 맞지 않아서 못하니? 좆이 서면 다 하는 거지. 잔소리 말고 따라와. 오늘 내가 한턱 내겠다.』

 사회에 있을 때 배용정 선배가 그토록 이끌었지만 끝까지 거부했다.

 그러나 그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거부하기에는 조직의 분위기가 용납을 해주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자 윤 병장이 나를 쏘아보면서 엄포를 놓았다.

 『안가면 내가 너를 강간할 거다. 못할 줄 아니?』

 우 상병과 기 상병은 킬킬거리고 웃었다. 윤 병장의 말은 나를 불쾌하게 했다. 그러나 군대 초년병인 나로서는 고참의 말은 사관의 말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윤 병장은 이미 험한 말을 하면서 나를 유린하고 있었다. 딱지를 뗀다는 일은 치러야 할 홍역처럼 정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넘어야 할 고지겠지. 많은 선배들이 그들의 여자와의 첫 경험을 군대에서 겪었다고 했다. 더러는 대학 재학시절, 심지어는 고등학교 다니면서 겪었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나는 동정을 지킨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좋아하는 여자와 그 일을 하고 싶었다. 설사 혼전 경험이라고 해도 적어도 사랑하는 여자와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것도 생각하기에 거추장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나는 마치 무거운 짐을 벗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대단한 결심을 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