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CeBIT 99> 정보통신기술+마케팅 "화려한 만남"

전세계 정보통신기술과 마케팅의 경연장으로 불리는 CeBIT 박람회가 올해도 독일 하노버 전시장에서 18일(현지시각) 개막된다. 오는 24일까지 7일간 정보기술·소프트웨어 및 텔레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펼쳐지는 「CeBIT 99」는 순수 전시면적만도 11만6129평(38만7098㎡)에 달하고 7500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규모의 정보통신 박람회다.

 CeBIT은 그러나 새로 개발한 최첨단 기술을 소개하기보다는 실판매 위주의 제품과 기술로 거래처 확보에 주안점을 두는 비즈니스 각축장에 가깝다. 출품업체나 방문객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다른 어떤 전시회에서도 CeBIT에서처럼 많은 세일즈 기회를 갖지는 못한다고 말할 정도다.

 즉 CeBIT에 참가하는 전세계 기업들은 이 전시회를 통해 해외판로를 넓히려는 데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으며 우리나라 업체들도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CeBIT에는 전세계 주요 기업의 구매결정권자들도 대거 몰려들어 활발한 비즈니스를 가능케 하고 있다.

 이번 CeBIT 99의 주요 전시분야로는 정보기술(IT), 네트워크 컴퓨팅, ADC(Automatic Data Collection), 소프트웨어, 컨설팅, 서비스, 온라인 서비스, 통신 및 사무자동화기기, 은행전산시스템, 카드기술, 안전기기, 그리고 연구 및 기술이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컴퓨터와 사무기기분야는 순전시면적만도 3만4500평(11만5000㎡)에 달하는 CeBIT의 최대 전시분야가 될 전망이다. 그 다음으로 통신분야가 2만6410평(8만8034㎡), 소프트웨어가 2만3011평(7만7030㎡)으로 그 뒤를 잇는다.

 전체적 흐름은 가전(CE)과 IT의 결합에 의한 네트워킹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인터넷 솔루션과 컴퓨터 2000년(Y2K) 솔루션이 눈앞에 닥친 문제로 부각될 것이 확실시된다. 컴퓨터분야는 모빌컴퓨팅에 대한 기술과 제품이 종전보다 확대강화되고 데스크톱PC에선 고속 인터넷 솔루션과 다양한 솔루션을 이용한 활용성이 강조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기기분야에선 완전평면과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등이 부각되고 주변기기분야는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롬 복합기와 기록가능한 CDRW(리라이터블) 드라이브 등이 주력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분야에선 광범위한 네트워크 전산처리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통신기기 및 솔루션과 유무선·위성을 활용하는 이동형 통신기기가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CeBIT 99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대만이 미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업체들이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열린 CeBIT에서 대만은 약 500개 업체가 출품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도 524개 업체가 참가해 2년 연속 수위를 차지하면서 활발한 구매상담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번 CeBIT 99에 434개 업체가 출품하고 영국이 304개로 그 뒤를 잇고 있으며 홍콩 67개, 오스트레일리아 50개, 싱가포르 38개, 한국 38개 업체 등으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참여도가 매우 높다. 일본은 유럽사무소를 통해 출품하는 업체들을 제외하고 52개 업체가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다.

 지난 85년 CeBIT이 하노버 산업박람회 「하노버 페어(Hannover Fairs)」의 한 전시분야에 속했을 때까지만 해도 약 30여개의 일본회사와 8개의 대만회사만이 출품했으나 이듬해 CeBIT이 처음으로 하나의 독립적인 전시회로 개최되면서 62개의 아시아 국가 업체가 참가했다.

 그 이후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출품업체는 끊임없이 증가해 지난해 796개, 그리고 올해는 827개 업체에 이르게 됐다. 이는 바로 아시아·태평양 국가 출품업체들이 CeBIT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CeBIT 방문객도 아시아지역에서 대거 몰려오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 국가로부터 약 1만5000명에 달하는 참관객이 지구촌 정보통신시장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하노버로 향했으며, 또 이러한 수치는 아시아 국가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경제상황을 고려해볼 때 더욱 대단하게 여겨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국제 전시회에 참가하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더 확대됐다. 지난해 42개 업체(한국공동관 21개 업체)가 총 590평의 전시공간을 확보하고 신제품 등을 선보였다. 이는 97년 29개 업체, 273평의 전시면적과 비교해볼 때 출품업체수는 약 45%, 전시면적은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직된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는 삼성전자·LG전자·대우통신·현대전자 등 전자대기업을 비롯한 14개 업체가 독자적인 부스를 확보해 출품하고 24개 중소기업들이 한국공동관을 구성해 참가한다. 지난해에 비해 개별출품업체는 약간 줄어들었지만 한국공동관에 참가하는 업체는 늘어났다.

 출품제품도 CeBIT의 특성에 맞게 새로 개발한 기술을 선보이기보다는 바이어들과 상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 등은 디스플레이 제품들을 총동원함으로써 해외시장 공략의 주력상품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삼성전자와 대우통신이 PC제품을 대거 출품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공동관을 구성한 중소기업들은 통신용 기기 및 부품에서부터 컴퓨터 주변기기, 각종 액세서리와 장비 등을 출품한다.

 삼성전자는 통신관을 30평 정도 늘려 국내업체 중에서 가장 넓은 270여평 규모의 부스를 확보하고 있는데 실판매 위주로 제품을 전시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주안점을 두고 앞으로 1년 내 판매 및 이미지 제고가 가능한 이노베이션 제품을 중점 홍보할 계획이다.

 LG전자는 LGLCD·LG정보통신·LG화학 등 그룹계열사의 정보통신 관련제품까지 동원하는 한편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첨단 디지털기술을 적용한 디지털TV, TFT LCD 응용제품, CDRW 및 DVD롬 드라이브 등 첨단 제품을 전시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완전평면 모니터 「플래트론」, CD롬 드라이브, USB PC용 카메라 등 유럽지역 판매비중이 높은 제품을 함께 전시해 행사기간 동안 현지 바이어들을 상대로 수출상담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대우통신은 컴퓨터 없이도 인터넷 접속과 전자우편·인터넷폰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미래형 단말기 웹폰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휴대형 차량항법시스템(PNA)과 사진전용 프린터, LCD PC 등을 전략상품으로 삼아 구매상담에 주력할 계획이다.

 모니터사업본부 독자적으로 이번 CeBIT에 참여하는 현대전자는 17인치·19인치 모니터와 15인치 LCD 모니터 등 팔릴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출처 확보에 주력하면서 빅 커스터머와의 전략적 제휴관계를 유지하는 데 힘쓸 방침이다.

 또 중국공장 브로마이드와 브로셔를 제작, 배포해 중국공장 가동에 대한 홍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하노버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