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CeBIT 99> 한국공동관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라.」

 전세계 정보통신업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중소업체들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내수경기가 침체되자 국내시장 개척에 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대신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커다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각종 전시회 참가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가운데 18일(현지시각)부터 7일간 개막되는 「99년 독일 하노버 박람회(CeBIT 99)」는 국내업체들에 유럽시장 공략의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eBIT은 60여개국에서 7239개 업체가 참가하는 지상 최대의 전시회로 해마다 전세계에서 67만명의 관람객들이 찾아와 각종 상담을 벌이는 비즈니스의 천국이다. 이번 「CeBIT 99」에 참가하는 한국업체들은 자체 부스를 확보해 참가하는 14개 기업과 한국공동관을 통해 출품하는 24개 중소업체를 합쳐 모두 38개다. 한국공동관을 주관하는 독일 하노버 박람회 주식회사(도이체 메세)의 한국대표부인 건일실업(대표 이선행)은 국내 중소 출품업체들의 전시를 지원하면서 바이어 상담을 적극 돕는 역할을 한다.

 지난 93년 하노버 한국대표부로 설립된 건일실업은 96년부터 한국공동관을 운영, 해마다 이 행사를 기획하면서 독일 본부와 협의를 거쳐 한국 참가업체들의 출품면적을 확보하고 턴키베이스의 임대방식을 통해 국내업체들에 포괄적인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는 부스 임대에서부터 장치설비, 공동회의실, 홍보 및 관람객 안내 등을 국내기업들에 제공해 특히 전시회에 처음 참가하는 중소기업들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공동관을 통해 CeBIT에 참가한 국내업체들은 약 40개로 대다수 참가업체들이 유럽시장 개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PC용 스위칭모드파워서플라이(SMPS)와 멀티미디어 스피커 등을 생산하고 있는 성일컴퓨텍(대표 이규서)의 경우 CeBIT에 참가하면서 수출물량이 급증, 지난해 약 22만대의 SMPS를 무역상사 등을 거치지 않고 유럽에 직접 수출했다.

 가남전자(대표 최세진)도 CeBIT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컴퓨터 케이스와 파워서플라이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CeBIT 출품 이후 수출물량이 폭증해 우리나라가 유럽지역으로 수출하는 물량의 60%를 소화해내고 있다.

 이처럼 CeBIT으로 성공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한국공동관을 통해 전시회에 참가하는 업체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96년 5개 업체가 한국공동관을 통해 출품했으나 97년에는 13개, 98년에는 21개로 늘었으며 올해에는 24개 업체가 참가한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IMF로 국내업체들의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건일실업에 전시회 참가의사를 타진하는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했으며 한국공동관을 통해 21개 업체가 참가한 것을 비롯, 모두 42개 업체가 이 전시회에 참가했다.

올해 한국공동관을 통해 전시회에 참가하는 업체 중 제일데이타시스템(대표 김상균)은 반도체 센서 입력방식을 이용한 지문인식시스템과 키보드 등을 전시해 화제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센서 입력방식의 지문인식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제일데이타시스템이 선보이는 제품으로 기존 광학식 지문인식시스템보다 크기와 가격을 5분의 1 수준으로 줄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지문인식 모듈만 개발했던 제일데이타시스템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완전한 시스템 개념의 제품을 출시해 본격적인 수출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빌딩 보안용 제품, 가정의 문잠금장치용 제품, PC 보안용 제품 등 다양한 형태로 상품화를 시도했으며 지문인식 기술을 응용한 컴퓨터 보안용 키보드도 함께 전시한다.

 제일데이타시스템의 김상균 사장은 『지난해까지는 미국시장 중심으로 해외 마케팅을 펼쳤으나 올해부터는 유럽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기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CeBIT 전시회에 참가했다』며 『보안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 수출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텔슨통신기술(대표 이원종)은 CeBIT을 유럽지역 바이어들과의 정기모임으로 활용하고 있다.

 94년 국내 최초로 유럽에 900㎒ 무선전화기를 수출하기 시작한 이 회사는 95년부터 자체 부스를 확보해 CeBIT에 참가했다.

이를 통해 텔슨통신기술은 유럽지역에 대한 제품공급·가격구조 등을 바이어들과 상담하며 유럽시장을 꾸준히 개척하고 있다.

 올해에는 한국공동관을 통해 참가하는 텔슨통신기술은 900㎒ 무선전화기·유럽형 디지털 무선전화기(DECT)·무선호출기·생활형 무전기(FRS)·주파수 공용통신(TRS) 단말기 및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단말기 등 이동통신용 제품을 대거 출시한다. 이 가운데 특히 DECT는 텔슨통신기술이 상품화를 완료하고 첫선을 보이는 제품이며 CDMA단말기는 유럽 바이어들에게 텔슨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출품되는 제품이다.

 텔슨통신기술의 이원종 사장은 『텔슨은 이미 유럽 17개국 이상에서 전화기 판매승인을 얻어 유럽지역에 월 3만대 가량의 900㎒ 무선전화기를 수출하고 있다』며 『유럽지역의 사업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어 CeBIT을 유럽 바이어들과의 상담의 자리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분야의 첨단기술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는 엠제이엘(대표 임만직)은 이번에 처음 참가하는 CeBIT 99를 세계시장 제패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라크 시리즈 10」이란 음성정보서비스시스템은 컴퓨터와 전화를 하나의 시스템 환경에서 다양한 분야에 자유롭게 응용할 수 있는 통합 메시징시스템으로 엠제이엘은 이 제품이 하나의 메일박스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방식으로는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이 제품은 또 윈도NT 운용체계(OS)에서 구동돼 시스템의 가격경쟁력도 확보돼 있는 상태다.

 엠제이엘의 임만직 사장은 『이미 신세기이동통신에서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하나로통신에는 4월까지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레퍼런스 사이트를 확보해 세계시장 진출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CeBIT에서는 주로 각국의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엠제이엘은 이밖에 윈도NT OS에서 OS 및 응용 소프트웨어를 수정없이 작동하도록 지원해주는 무정지 오류허용(Non-Stop Fault-Tolerant) 서버인 「피닉스 시리즈」도 소개할 예정이다.

 이밖에 중소업체들이 PC용 케이스·무선전화기·핸드폰용 핸즈프리 키트 등으로 CeBIT 99에 진출한다. 그러나 CeBIT이 세계 IT업계의 첨단기술과 신제품이 대거 등장한다는 성격에 비추어볼 때 국내 중소업체들의 전시품목은 이같은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대만과는 전시참가 업체수와 전시품목 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국내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CeBIT은 전세계 비즈니스 관계자들이 대거 밀집하는 초대형 전시회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중소업체들도 첨단기술을 전시하면 한국에 대한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