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31)

 윤일구 병장을 따라간 곳은 「청량리 오팔팔」이었다. 한때 유명했던 종삼은 없어지고 지금은 청량리와 영등포역 부근, 그리고 미아리가 대표적인 사창가였다. 그밖에 역 부근에 산발적으로 포진해 있었지만 그 세 곳이 대표적으로 밀집한 곳이었다. 그 일을 결심해서인지 왠지 가슴이 떨렸다. 마치 전생의 애인이라도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은 대체로 애증이 포함된 미묘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단순한 호기심으로 인한 동경과 그런 짓을 나 역시 한다는 혐오 같은 것이었다. 그 두 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자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긴장이 되고, 떨렸으며, 불안했고, 불쾌했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요단강을 건너듯이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함께 동행하는 우성호 상병과 기도식 상병은 익숙한 표정이었다. 오히려 재미있어 하면서 즐거워하는 얼굴이었다. 서울에 올라와서 2년 가까이 지냈지만 청량리 이 지역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별로 다를 바 없는 시가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버스에서 내려 굴다리를 지나 문제의 골목으로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렇게 깊은 밤도 아니었지만 초저녁부터 골목에 깔린 여자들의 모습은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골목뿐만이 아니라 큰 길가에도 여자들이 나와서 호객을 했다. 나이든 아주머니의 경우는 뚜쟁이로 보였고 야한 옷을 입은 젊은 여자는 몸을 파는 여자로 짐작됐다. 그녀들은 지나가는 사람의 옷을 잡아당겼다. 더러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실랑이를 하기도 하고 더러는 심하게 다투는 모습이 보였다. 여자들의 호객이 귀찮아서인지 행인들의 모습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가 모르고 들어선 사내들은 질겁을 하면서 달아났다. 술에 취한 일부 사내들은 여자들의 호객을 즐기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오빠, 잠깐 놀다 가.』

 입구에 들어서자 서너 명의 여자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네 명으로 패를 지어 들어서는 우리를 보고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더구나 입에서 술냄새가 나면 그것은 틀림없는 손님이었다. 옆으로 나보다 훨씬 늙은 여자가 달라붙으면서 말했다.

 『오빠, 재미있게 해줄게. 놀다 가.』

 『어떻게 해주는 게 재밌냐?』

 우 상병이 물었다. 그는 옆에 붙어 있는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고 나의 옆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빨아줄게. 돈 더 달라고 안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