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조립 칩의 Y2K문제에 대한 일반의 인식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조립 칩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마이크로컨트롤러만도 연간 수억개 단위로 출하되고 있기 때문에 그 대책은 컴퓨터의 Y2K문제보다 한층 번거롭다.
게다가 관계자가 반도체·유닛부품·완성품 등의 각 업체와 최종소비자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전체를 망라하는 검증이 어려워 실태파악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반도체업계는 적극적인 정보공개 등을 통해 문제발생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 아래 홈페이지 개설은 물론 Y2K문제 검증을 직접 요청하고 있는데 이는 만의 하나 발생할지도 모를 소송문제를 피해가거나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예방책의 하나로도 분석된다.
컴퓨터의 Y2K문제는 지난 95년 이전부터 업계의 이슈가 돼왔던 반면 조립 반도체의 경우는 지난해 들어서야 미국을 중심으로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일본 반도체업체들도 현재 자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Y2K문제에 대해서는 95년을 전후해 일찍부터 검증해 왔으나 자사가 판매한 반도체제품의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중반부터 검토 및 대책마련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첨단화된 현재의 전자기기는 가전제품부터 공장제어기기까지 본체 내부에 작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어 Y2K문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문제점이 대규모집적회로(LSI) 자체가 아니라 그 위에서 가동되고 있는 고객들의 프로그램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게 반도체업체들의 입장이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완성품의 연도관리 기능에 관련된 LSI는 리얼타임클록(RTC) IC와 마이크로컴퓨터가 중심으로,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이미 과거 출하분을 포함해 자사제품의 동작확인을 끝낸 상태다.
시간 및 날짜의 경과관리를 수행하는 RTC와 관련해서는 「99」에서 「00」으로 사양서대로 동작된다는 사실을 확인해 놓고 있다.
단지 RTC에서 보내지는 「00」을 2000년으로 볼 것인가 1900년으로 볼 것인가는 고객프로그램 설정에 따른다는 것이다.
또 마이크로컨트롤러 및 일부 커스텀IC에서도 소프트웨어로 연도관리 기능을 집적한 경우에는 오작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NEC·도시바·히타치·후지쯔·미쓰비시전기 등 주요 반도체 5사는 이미 조립 반도체칩의 Y2K문제와 관련된 홈페이지를 인터넷상에 개설, 연도관리와 관계된 자사제품의 일람을 게재해 반도체 그 자체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고객측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시스템 전체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주요 반도체 5사 가운데 가장 먼저 관련홈페이지를 개설한 업체는 도시바로, 97년말 제품정보 책자 일부에 조립 칩의 Y2K문제를 최초로 언급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이 문제를 정리한 전용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이후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홈페이지 개설을 서둘러 지난 2월 주요 5사의 반도체 Y2K 홈페이지가 모두 정비됐다.
업계단체인 일본전자기계공업회(EIAJ)도 지난해말 「Y2K문제에 관한 반도체업계의 포지션 페이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주요 반도체업체들과 EIAJ에 들어온 관련문의는 각 업체별로 30∼50건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미국 및 유럽 판매거점과 비교해 일본내 관심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관계자들은 「완성품 업체가 자력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 것」 「가전제품의 타이머에 다소 문제가 발생해도 큰 지장이 없기 때문」 등의 낙관론을 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의식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마이크로컨트롤러의 용용분야는 실제로 너무 넓기 때문에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적지 않게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Y2K 관련정보를 공개한 업체는 민사소송시 일부 면책특권을 얻게 된다는 법률이 이미 지난해 가을 성립돼 정보제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률이 없는 일본에서는 관련발언이 가까운 장래에 있을지도 모를 소송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언급 자체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주요 반도체 5사의 홈페이지도 언뜻 보면 선의로 정보제공을 시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공통적으로 반도체 자체가 아니라 고객이 만든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완성품업체측에 검증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즉 소송 발생시 어떤 형태로든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어떤 계산이 깔려있든 일본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완성품업체들이 자사의 고객들인 만큼 코앞으로 다가온 Y2K문제가 양측 모두에 큰 피해 없이 원활히 해결되기를 누구보다도 간절히 원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 반도체업체들은 한정된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을 최대한 활용해 프로그램 조사와 검증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홈페이지 개설과 적극적인 홍보도 그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