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입선 다변화 해제" 대응 방안

 전기전자·자동차·기계 등 3대 핵심산업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오는 7월부터 완전 해제되는 것에 대비해 LG경제연구원이 최근 조사, 발표한 「수입선 다변화 해제의 영향분석」이란 보고서는 우리의 큰 관심대상이다.

 그것은 대일무역 역조를 개선하고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21년 만에 완전 해제되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는데도 정부나 관련업계에서 이의 대응책을 강구하는 데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있기 때문이다.

 수입선 다변화제도는 그동안 국내산업 보호기간의 장기화로 인해 한·일간 통상마찰을 비롯하여 국제경쟁력 강화활동의 상대적인 미진, 불공정 관행의 토착화, 국민 소비생활의 불편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야기시킨 바 있음을 부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국내 유치산업의 보호와 육성, 국제수지 개선 등에 크게 기여했고 특히 핵심부품의 대일 의존도 탈피와 기술개발 촉진 등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바는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전자산업으로선 수입선 다변화제도의 시행을 통해 내수기반 구축과 국제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을 받았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오는 7월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완전 해제될 경우 그동안 규제돼 왔던 대형 컬러TV 등 전기·전자제품과 기계류 제품의 국내 유입은 크게 늘어날 것이며 그 영향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감안, 그동안 대일경쟁력이 확보됐거나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 대일수입 증가율이 낮거나 내수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품목, 기술개발이 진행중인 품목 등을 대상으로 단계적·선별적인 해제조치를 취해 왔지만 아직까지 이 조건을 충족시킨 품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수입선 다변화 조치가 완전 해제되어도 당초 우려했던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당국의 다소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우리는 앞으로의 파급영향을 주시하고 대응노력의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정부가 만약 최근의 국내 경기침체와 엔화 강세로 인한 수입감소세 등을 근거로 수입선 다변화 조치의 완전해제 문제를 낙관적으로 본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국내경기가 회복돼 소비 및 투자가 증가하고 엔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고급 내구재를 중심으로 대일수입은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될 경우 상당수의 핵심부품을 대일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전기·전자산업으로선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 국내 소비자들도 그동안 막연하게 떠들어댔던 세계경제의 개방화·자유화·세계화란 구호에 영향을 받아 일본 전자제품 선호도와 구매의사가 높다는 것도 문제다.

 사실 엄밀히 따진다면 그동안 수입선 다변화제도의 시행으로 당초 기대했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또 이의 해제여건도 완전히 조성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이에 대응한 다른 정책수단, 예를 들어 연구개발(R&D) 자금이나 시제품 개발자금의 지원확대 등 여러가지 보완책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수입제품에 대한 사후관리나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원산지표시 규정 등의 적용문제에 있어서도 국내제품과 똑같이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며 이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 원화절상·엔화절하가 이 제도의 해제와 맞물려 수입이 증가될 우려가 있으므로 환율에 대한 정책적인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산업피해 구제신청시 절차의 간소화와, 특히 중소기업의 산업피해 구제신청시 자금지원 제도화 등이 적극 검토돼야 할 것이다.

 한편 국내기업 스스로도 이에 대한 대응노력을 강화해야 할 부문이 많다. 우선 부품 표준화 및 공용화 등을 통한 품질경쟁력 제고와 비용절감·생산성향상을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일본기업들의 핵심부품 공급중단이나 핵심기술의 이전기피에 대비, 기술도입선을 다변화하고 부품업체에 대한 기술 및 자금 지원과 경영지도를 통해 영세 부품업체들의 대형화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 이밖에도 유통망과 AS망의 재구축 등 정부나 관련업계가 힘을 모아 다각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