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33)

 흥정이 한동안 진행되었기 때문에 여자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희미한 불빛에 비친 방안을 둘러보았다. 전등의 촉수가 낮아서인지 방안이 흐릿하게 보였고, 그것은 더욱 지저분한 느낌을 주었다. 이불은 그대로 깔려 있는데, 조금 전에도 누가 다녀갔는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내동댕이쳐져 있었고, 베개 하나가 이불 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베개가 무엇인가에 눌려 있는 모습이었다. 두루말이 휴지가 머리맡에 놓여 있었고 휴지 옆에 재떨이가 있었다. 재떨이에는 담뱃재가 약간 남아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 조그만 화장대와 거울이 있었으나 화장품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집어갈까봐 화장품은 다른 곳에 숨겨둔 듯했다. 벽은 누리끼리한 것이 마치 수많은 사내들이 호르몬을 쏟아붓고 간 것 같은 착각을 주었다. 그동안 윤 병장은 흥정을 끝내고 나에 대해서 말했다.

 『저쪽 끝방에 있는 막내는 처음이야. 알았지? 그러니까 성깔 있는 여자 말고 인내심이 있는 아이를 들여보내야 해.』

 『알았어요. 시팔.』

 여자가 웃으면서 대꾸했다. 왜 인내심 있는 여자를 부탁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윤 병장이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여자가 계단을 내려가는 삐걱소리가 났다. 그동안 방에 들어간 동료들은 쥐죽은 듯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불 위에 앉았다. 깔아 놓은 이불이 약간 찐득거리는 것이 그 촉감이 좋지 않았다. 누리끼리한 벽처럼 그곳에도 서울의 수많은 사내들이 호르몬을 쏟아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단에서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소리였다. 그리고 옆방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가는 기척이 들렸다. 그렇지만 나의 방으로는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다. 합판으로 칸막이가 돼 있는 벽 저쪽의 옆방 소리가 모두 들렸다. 말소리뿐만 아니라 옷 스치는 소리조차 너무 뚜렷하게 들려 왔다. 인내심 있는 여자를 수배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그런지 내 방으로 들어올 여자는 오지 않았다. 아주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도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옆방에서 고참들이 그 일을 시작했다.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철썩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팔, 왜 때려요』하고 여자가 항의를 했다.

 『가만 있어 이년아. 그래야 난 흥분해.』

 목소리로 봐서 그는 사귀는 여자가 있다는 기도식 상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