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시장 "이전투구"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들이 23일 일부 조간신문에 「011 SK텔레콤의 이동전화시장 독점」을 맹공하는 공동광고를 게재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이해당사자인 SK텔레콤-PCS 3사-정보통신부간 3각 대립구도가 심화되고 있다.

 또 광고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특정 사업자를 정면으로 겨냥한 비방광고가 실려 011 대 PCS진영의 감정싸움이 한층 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러다가 이동전화시장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PCS 3사는 광고문안을 통해 『SK텔레콤은 독과점 혜택을 누린 독과점 사업자』라고 지적한 뒤 『이를 통해 축적해온 독점이윤으로 불공정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이동전화시장의 SK텔레콤 독점회귀는 막아야 한다』며 『정보통신부는 적극적·주도적으로 공정경쟁 환경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PCS 3사는 이어 『망공용화 등을 통해 투자비를 절감하고 재무구조를 우량화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나서겠다』고 밝히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전한 이동전화 문화를 조성, 국민에게 사랑받는 PCS가 되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결의로 마무리했다.

 졸지에 후발사업자로부터 카운터 펀치를 맞은 SK텔레콤은 공식적으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치졸한 작태』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분을 삭이지 못한 채 할말이 많은 것 같다.

 SK텔레콤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발전에 밤낮 없이 뛴 건 누구고 나중에 슬그머니 이에 편승한 것은 누구인데 그런 광고를 싣느냐』며 『공정경쟁 환경을 앞장서 깬 것도 PCS사업자들』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SK텔레콤은 『통신경쟁력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이같은 후발사업자들의 발상은 유치한 것』이라고 말하며 『옳고 그름은 소비자인 국민과 정부가 판단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011과 PCS진영간 싸움은 양측 모두 피해의식이 너무 강한 데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PCS 3사는 011이 올초부터 단말기 보조금 확대를 비롯한 대대적인 물량공세로 나오자 바짝 긴장했고 실제로 신규 가입자의 절반 이상을 011이 몰아가자 망연자실했다. 간신히 250만명을 돌파하면서 시장진입에 성공했는데 011이 자본력을 무기로 신규 가입자를 싹슬이하는 것은 「후발주자 죽이기」로 인식하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사업 시작 1년여 만에 업체당 25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한 것은 「세계 기록」이라며 자신들의 시장을 급속히 잠식당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이같은 후발사업자의 약진이 기술 및 품질 경쟁보다는 과다 단말기보조금 제공 등 물량작전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시장질서가 왜곡됐고 자신들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맞불작전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을 좀더 좁혀보면 PCS 3사가 마케팅의 키였던 단말기보조금 축소규모를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과 차등 적용해 달라는 메시지를 정통부에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어떤 형식으로든 다음달부터는 단말기보조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 경우 011과 PCS사업자가 똑같은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토록 결정된다면 011의 우월적 시장지위를 더욱 굳혀준 채 PCS사업자의 입지는 상실될 것이라는 현실적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동전화사업자를 지휘 감독하는 정보통신부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이전투구는 막아야 하고 동시에 모든 사업자의 자생력은 길러주어야 할 정부부처로서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인 것이다.

 정통부 김창곤 정보통신지원국장은 『정부로서는 단말기 보조금 규모를 일방적으로 지정, 사업자에 강권할 수는 없는 형편』이라며 『정부는 상한 기준치만을 제시하고 5개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합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죽기 살기식」으로 변하고 있는 이동전화사업자간 시장경쟁과 규제수단이 거의 없어 부심하고 있는 정통부가 과연 어떤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