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35)

 『엄살 피우지 말고 옷 벗어요.』

 여자가 갑자기 내 허리띠 속으로 손을 쑥 넣었다. 나는 깜짝 놀라면서 비명을 질렀다. 내 비명에 그녀도 놀라서 얼른 손을 뺐다.

 『아유, 깜짝이야. 웬 비명을 그렇게 질러요.』

 나는 계면쩍게 웃었다. 그녀가 우스워 죽겠다는 듯이 깔깔거렸다. 그러자 처음에 서먹하던 그녀의 존재가 다소 가까이 느껴졌다. 나를 맡겨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 동정을 이런 여자에게 주다니. 그것은 안될 말이다. 그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리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은가.

 『왜 이렇게 망설이세요? 용두질도 안해봤어요?』

 『용두질이 뭔데?』

 『그거 있잖아요. 잘 알면서 뭐 그래요?』

 그녀가 나의 허리를 꼬집었다. 그녀는 무엇인가 잠깐 생각하더니 결심을 하고는 일어나서 옷을 훌렁 벗었다. 그렇게 옷을 벗어 알몸을 보이면 내가 흥분이 되어 달려들 것이라고 판단한 듯했다. 흐릿한 불빛 아래에서 붉으죽죽한 여자의 알몸이 드러났다. 실오라기 하나 없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녀의 음모는 생각보다 털이 없었다. 마치 이놈 저놈한테 뽑혀나가기라도 한 듯이 보잘것없었다. 그것을 정면으로 쳐다보기도 민망해서 고개를 돌렸다. 여자의 알몸을 봐도 아무런 감동이 오지 않는다. 물론 분위기 탓이겠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내가 나이보다 훨씬 늙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흥분 안돼요?』

 여자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여자는 생각처럼 나이가 어렸고, 그만큼 순진했다.

 『빨리 끝내세요. 난 괜찮지만, 손님 때문에 오래 끌면 밖에서 야단쳐요. 그러니 너무 오래 시간을 끄는 것도….』

 밖에서 야단을 친다는 말은 나의 가슴에 아프게 전해왔다. 그녀의 포주가 있어서 한 손님으로 시간을 오래 끌어도 책망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사람의 삶이라기보다 섹스의 노예가 틀림없다. 이러한 세계에 내가 공범자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서글펐다. 그러나 지금 어떻게 할 것인가. 정말 이 여자의 말처럼 철학적인 상념에 빠지지 말고 단순해질 필요가 있는지 모른다. 육체가 이끄는대로 말이다. 그러나 지금 나의 육체는 얼어붙어서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욕정은커녕 여자에 대한 느낌조차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