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정보통신부 안병엽 차관을 초빙해 지난 24일 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 클럽에서 특별 강연회를 가졌다. 이날 강연회는 정보통신 미래모임 정기 조찬토론회를 대신해 열렸다. 이날 안병엽 차관은 「새로운 천년을 향한 정보화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안 차관은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보화사업인 「사이버코리아 21」을 중점으로 국가 정보화·통신산업 비전·정보통신 정책방향 등에 관해 1시간 30분 동안 강연했다. 이날 강연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정통부 안병엽 차관 초청강연>
우리나라 산업화가 시작된 시점을 1960년 이후로 볼 때 대략 서구와 200년, 일본과 100년 정도의 차이가 있다. 다행히 우리는 1960년대 이후 40여년간 서구 산업화기술을 압축해 받아들여 기본적인 의식주를 어느 정도 해결한 상황이다.
세계는 국토 크기나 자원보다는 국민의 지식과 정보기술 활용능력이 국력을 좌우하는 지식정보사회로 급속하게 전환하고 있다. 지식정보사회는 컴퓨터·통신·소프트웨어가 인터넷이라는 국제표준으로 통합돼 지식과 정보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빛의 속도로 교환되는 사회를 말한다. 한마디로 개인·기업·국가의 힘이 지식과 정보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다.
우리나라는 1960년도만 해도 전체인구의 58%가 농업부문에 종사했으나 98년도에는 9.6%에 불과할 정도로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급속하게 이동했다. 하지만 산업사회 역시 정보사회로 넘어가면서 산업부문에서 대규모 인력퇴출이 일어나고 있다. 지식정보사회를 하루빨리 개척해 새 직업과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비록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야 한다.
산업시대에 동력이 기계와 기술이라면 정보화는 컴퓨터·통신·소프트웨어가 복합된 정보기술에서 비롯된다. 정보기술은 지금까지 인간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생활의 기본적 요소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이라는 이름의 「전자불도저」다.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인터넷을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채택하는 개인·기업·국가는 발전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개인·기업·국가는 소멸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은 새로운 우주로의 이전을 위한 기본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98년 현재 세계 인터넷 이용자는 1억3000만명으로 추정되며 인터넷 이용량은 3.5개월에 2배씩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에 기반한 신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을 바탕한 신산업은 정보제공자·전자시장·정보사용자 세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정보제공자는 지식정보사회의 주인공으로 지식·정보·문화·서비스·상품 등에 관한 콘텐츠 제공업을 신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전자시장은 가공된 정보와 상품을 무한히 진열해 전세계 네티즌에게 공개하는 사이버 장터다. 이를 통해 정보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전자시장에 들러 필요한 정보와 상품을 안방에서도 쉽게 구매해 생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자기 나라의 지식과 문화를 수집, 가공·재편집해 인터넷 세계에 올려놓지 못하면 문화 속국으로 전락될 우려가 크다. 지식과 문화 수출국이냐, 수입국이냐는 지식·정보·문화를 얼마나 잘 정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인터넷에 떠도는 한국의 역사·지리·문화는 대부분 일본인들이 50년 전에 정리한 자료들이다.
지식정보에 기반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과제가 필요하다. 먼저 지식정보사회의 정보인프라 구축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신망의 고도화와 고속화가 조기에 완료돼야 한다.
정부는 언제 어디서나 초고속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수 있도록 늦어도 2002년까지 광케이블을 이용한 초고속기간망을 완료할 계획이다. 전송로는 지난해까지 94개 통화권역을 광케이블로 연결했으며 2002년까지 144개 권역으로 확대한다. 또 교환기는 올해안에 서울·부산과 같은 주요 도시에 상용 ATM교환기 26대를 설치하고 2002년까지 103대를 전국에 설치할 방침이다.
가입자망은 기존 전화망을 활용해 디지털가입자회선(xDSL)·케이블TV망·한국전력망·도로공사망 등 각급 기관의 국가통신망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인터넷시대에 적합한 고속통신로를 준비중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02년까지 1.5∼2m급 고속 인터넷서비스가 가능하고 저렴한 수준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가입자망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번째는 컴퓨터 운영시스템의 국제표준화 도입이다. 인터넷 기반의 국제적인 표준과 언제 어디서 누구하고도 정보서비스를 교환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표준을 지원하는 컴퓨터 운영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정부는 정부·민간 지식정보를 디지털화해 인터넷으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국가지식정보통합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Y2K·보안·윤리 문제 등을 국제적 표준에 맞춰 대외신인도를 확보할 생각이다. 특히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사용하는 나라를 구현하기 위해 전국민 대상 정보화교육을 2002년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1000만 학생, 90만 공무원, 60만 군인에 대한 컴퓨터교육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식정보사회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법·제도적 환경정비를 위해 디지털 경제환경 구현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지식기반사회에 부응한 공공행정 절차와 방식혁신을 위한 제도개선, 창의적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화책임관(CIO)제도의 정착, 확대를 위해 중앙공무원교육원 등에 고위 CIO 양성과정을 신설하고 연찬회, 민간 CIO 관련기관과의 합동 세미나 등을 준비중이다. 또 CIO간 경험 및 지식 공유와 정보사업의 원활한 협의조정을 위해 CIO협의회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지식정보 기반을 활용한 국가기반의 생산성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정보화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행정업무 정보화 능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자결재 확대에 나서는 한편 전공무원의 전자우편 ID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업무수행 방식과 절차를 전면 재설계해 정보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주민 신상정보, 자동차와 부동산 정보 등 기초정보에서부터 국가기본 DB정보센터를 통한 온라인 공동 활용체계도 구축중이다.
또 인터넷 민원서비스를 제공하고 통합무인정보단말기를 공공장소에 설치해 8개 분야, 32개 민원 증명서류를 발급하는 등 정보기술을 활용한 대국민서비스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2000년부터 생산되는 모든 문서의 전자화를 의무화하고 2002년까지 각 부처는 기존 문서의 색인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완료할 방침이다.
지식경제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선결돼야 한다. 정부는 2001년까지 정부 조달업무의 전자화(EDI)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국방조달·건설업무 전자화를 연계해나갈 계획이다.
정부조달 EDI 처리비율을 2001년까지 8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다. 또 공공부문 지식경영체제 구축을 위해 26개 공기업의 정보화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민간기업의 정보화를 선도해나가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방향이다.
특히 기업의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4개 권역별로 운영되는 항만운영시스템을 통합, 확대하는 등 물류정보화를 통해 사회간접자본의 효율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정부는 새로운 비즈니스 육성과 정보통신산업 육성을 기반으로 신규 고용창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먼저 기존 산업활성화와 신산업 육성을 통해 70만명 정도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전국 소프트웨어 밀집지역을 지역별 소프트웨어 진흥구역으로 지정하고 네트워크로 상호 연계해 소프트웨어산업 활성화에도 나선다.
정보제공사업자 육성을 위해서는 전화요금 일부 환원제를 도입하고 국가적 유산,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 외국인을 위한 정보 등 정책적 DB개발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방송자료 디지털화, 정부 DB의 상용화 등도 추진하고 있다.
정보유통사업자 육성을 위해서 정보제공자와 정보사용자가 만나는 전자시장을 산업화하고 인터넷 중개업 등 벤처기업 창업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디지털TV는 일각에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컬러TV 방영이 정치적 논리로 일본보다 19년, 대만보다 10년 늦어져 일본·대만에 비해 수출이 저조했던 교훈을 상기해 적극 추진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디지털TV와 관련해 2010년까지 1540억달러 수출증대, 9만명의 고용창출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약 2조원의 재원조달이 필요하다.
정부는 우체국 등 지역 공공기관을 지역 정보문화센터로 활용할 생각이다. 전국 3500여개 우체국을 전자상거래 기지화, 지역 정보문화센터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또 읍·면·동 사무소 등 지역 공공기관의 영유공간을 정보화교육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정보기술 적용은 구조와 절차의 혁신을 동반해야 한다. 구조조정, 업무절차 혁신, 법과 제도 개선과 같은 3박자가 동시에 추진될 때 정보기술은 빛을 볼 수 있다.
기업은 더 좋고 더 싼 제품과 더 빠른 서비스를 위해, 정부는 작고 투명한 국정운영과 친절하고 빠른 대국민서비스를 위해 정보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조직개편과 인력감축 등 양적구조 조정을 뒷받침해 작지만 생산성 높은 전자정부의 구현이 지식정보사회의 올바른 정부형태다.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기업·금융·노사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문제가 가장 큰 해결과제이며 이는 구조개혁으로 규모가 축소된다고 해서 경쟁력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정보화 노력이 구조개혁에 접목되어야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정보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식정보사회 기반을 국민정부 임기내에 완료해 21세기에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보기술 전문가, 산업계가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
<정리=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