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단말기 보조금 책정 "진통"

 4월 이후 국내 이동전화 시장판도를 결정지을 사업자간 단말기 보조금 규모 책정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4일 정통부 및 5개 이동전화사업자 사장단이 신라호텔에서 오찬 회동, 합의점 도출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이들 사장단은 예정에도 없이 이날 심야에 다시 서울 롯데호텔에서 긴급회동, 25일 새벽까지 마라톤 회의를 가졌으나 역시 결론없이 헤어졌다.

 5개 이동전화사업자 사장단이 하루에 두번씩이나 그것도 심야에 회동, 철야회의를 가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단말기 보조금 규모를 업계가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를 입증해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은 011 SK텔레콤과 016 한국통신프리텔·019 LG텔레콤 등 여타 후발주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달부터 이동전화 의무가입기간을 폐지하는 동시에 각사별로 단말기 보조금을 축소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일단 의무가입기간 폐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문제는 단말기 보조금을 사업자별로 어떤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냐이다. 단말기 보조금은 규모에 따라 마케팅 환경이 전혀 달라지고 가입자 유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일단 SK텔레콤은 여타 사업자와 동일한 수준의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후발주자들은 최소한 10만원의 격차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은 2위 사업자인 016이 벌써 300만 가입자를 돌파했을 뿐 아니라 여타 후발사업자들도 평균 2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를 계속 규제의 틀 속에 묶어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한다.

 011은 특히 그간 후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위해 요금을 비롯,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왔고 지금도 요금은 계속 비싼 수준으로 규제받고 있는 터에 단말기 보조금까지 타 사업자에 비해 불리한 규모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시장상황을 봐도 이제는 완전 경쟁체제에 돌입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후발사업자들은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단말기 보조금을 차별화해야만 011과 비슷한 수준의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양측이 주장하는 단말기 보조금 격차는 10만원과 0원. 후발주자들은 10만원 이상이 벌어져야 011과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고 SK텔레콤은 똑같이 적용하자고 맞선다. 하지만 011과 여타 사업자 모두 이같은 입장이 관철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급한 것은 정통부다. 정통부는 내부적으로 사업자별 단말기 보조금 격차로 최대 7만원선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만원의 상한치를 두고 사업자들간에 구체적인 격차폭을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이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워낙 완강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통부는 4월1일 시행을 앞두고 어떤 방식으로든 결말을 내겠다는 생각이다. 정 안된다면 조정권을 발동, 나름의 보조금 격차폭을 제시하고 사업자들에 동의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 5만원 이하가 될 수도 있고 상한치에 근접한 7만원선이 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사업자간 담합시비, 정부의 민간기업 마케팅 개입논란 등 두고두고 정부의 속을 끓이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