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36)

 『좋아요. 그렇게 내키지 않으면 천천히 해요.』

 여자는 체념을 하면서 들고온 조그만 핸드백에서 담배를 꺼냈다. 발가벗은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 라이터에 불을 켜서 두 개의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 청승맞고 앙증스러웠다. 여자는 불을 붙인 담배를 하나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피우지 못한다고 말하려다가 그러면 뭘 할 줄 아느냐고 핀잔을 할 것 같아 그것을 받아들고 입에 물었다. 뻐끔 담배를 피웠지만 그것이 폐로 들어가서 기침을 했다. 여자는 아주 시원하게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고 있었다. 옆방의 동료들은 일을 마치고 나가는 기척이 들렸다. 나는 그들이 기다릴 것 같아 빨리 일을 마치거나, 아니면 포기하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어떤 행동이든지 실행을 하지 못하고 못 피우는 담배만 빨고 있었다. 여자는 내 입에 물린 담배를 빼앗아 재떨이에 끄면서 말했다.

 『못 피우는 담배 피우는 척하지 말고 시작해요. 그것도 그렇게 하면 돼요.』

 『못 피우는 담배 피우듯이 말이오.』

 『그래요.』

 여자가 히죽 웃었다. 그녀의 입에는 아직도 담배가 물려 있었다. 담뱃불이 빨갛게 타들어가자 그 섬광으로 그녀의 뺨이 빨갛게 비쳤다. 볼록 튀어나온 뺨 한 쪽에 조그만 점이 보였다. 여자도 담배를 비벼 끄고 벌렁 누웠다. 여자가 천장을 보고 눕고는 다리를 약간 벌렸다.

 아무런 분위기나 정서도 없이 그렇게 기계체조하듯이 벌렁 누워 다리를 벌리는 것을 보고 어떻게 성욕이 솟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나의 생각이지 보편적인 남자들은 그렇지 않은 듯했다.

 『이리 가까이 와요.』

 여자가 손짓해서 나를 불렀다. 나는 무릎걸음으로 여자 가까이 다가갔다. 여자가 한 손으로 내 혁대를 풀었다. 그녀의 다른 한 손에는 콘돔이 들려 있었다. 여자는 내 사타구니에 손을 넣고 그것을 만졌다. 그 순간에도 나는 그 짓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밖으로 뛰쳐 나가면 그것으로 끝날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자포자기한 사람처럼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녀가 아주 비참하게 나를 유린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것은 성인식을 하는 거룩한 의식처럼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생각했다. 타락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나는 온갖 이유를 붙이면서 그곳에 버티고 있는 자신을 변호했다. 그리고 자기 혐오에 분노를 느끼면서 그 일을 해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