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37)

 밖으로 나가니 윤 병장을 비롯한 고참 상병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골목에 기대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나를 보자 킬킬거리고 웃었다.

 『이제 독후감을 써야 한다.』

 윤 병장이 말했다. 우리는 그 골목을 빠져나갔다. 나는 나가는 길목에 있는 전신주 옆에다 대고 오줌을 누면서 말했다.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왜 그럽니까.』

 『몇 번 쌌냐?』

 오줌을 모두 누고 나자 오싹하는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갑자기 서글퍼져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만약 그들이 옆에 없고 혼자였다면 울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공허했기 때문이었다.

 『한 번이지 몇 번입니까?』

 『상황 설명을 보고해. 공짜는 없는 거야. 딱지를 떼어준 보답을 해야 되지 않겠니?』

 『뭐 별거 아니라니까요.』

 『어떤 놈은 엉엉 울기도 하지. 어떤 놈은 세 번 쌌다고도 하고. 처음에 만질 때 한 번 싸고, 콘돔을 낄 때 한 번 싸고, 구멍에 들어가 시작할 때 한 번 싸지. 그게 젊은이야. 너는 애늙은이 같군.』

 『저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기분은 어떤가?」

 『몹시 불쾌합니다.』

 『얘 봐. 불쾌하단다. 우 상병, 어떻게 달리 위로해 줄 수 없을까?』

 『처음에는 다 그렇지요 뭐.』

 우리가 그 골목을 빠져나올 때도 여자들이 호객을 했다. 윤 병장이 여자에게 말했다.

 『그만 잡아라, 이년아. 한 번 박고 나오는 길이다.』

 『치이, 두 번 박으면 안되나? 더 기분나게 해줄게.』

 『공짜라면 가지.』

 『지랄하네. 대머리도 안까져서.』

 윤 병장은 히히거리고 웃었다. 우리가 큰길로 나왔을 때는 아직도 초저녁이었고 거리는 차량의 물결과 불빛으로 번쩍거렸다. 그 불빛은 인간의 욕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휘황찬란했다. 나는 그 불빛 속에서 심한 고독감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끼고 얼굴을 확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