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술동향> 종이로 만든 IC카드 등장

 은행카드에서부터 전화카드까지 개인이 소유하는 카드는 그 수가 계속해서 느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특히 IC카드의 증가속도는 두드러진다.

 축적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자기테이프의 100배 이상이나 돼 ID카드나 고객관리카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이들 카드는 대부분 염화비닐(PVC)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폐기시 따르는 환경오염문제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에서는 종이로 된 IC카드가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돗판인쇄가 특수제지업체와 협력해 1년 이상 걸려 개발한 이 IC카드는 건조중량이 99% 이상인 펄프에 수지를 첨가해 만든 것으로 표면도 코팅처리하지 않아 재활용할 수 있다.

 이 종이카드는 돗판인쇄와 제지업체가 공동개발한 새로운 「종이적층」기술을 이용하는데, 여러 층으로 종이섬유를 겹치면서 단단히 고정시켜(적층고착) 현행 IC카드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강도를 실현하고 있다.

 또 IC카드와 마찬가지로 손으로 구부려도 원상태로 복원되고, 어느 정도의 열이나 물에도 견딘다.

 실제 자기부착 신용카드나 IC카드에서 요구되는 성능기준에 따라 실험한 결과도 만족스럽게 나왔다.

 예를 들어 충격강도는 카드를 견고한 수평판 위에 올려놓고 500g의 철구를 30㎝의 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 깨지거나 금이 가지 않는 정도로 나타났다.

 이밖에 신축성과 내열온도 등도 수지재료의 기준과 같거나 그 이상이다.

 게다가 종이를 소재로 사용하는 카드는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투영」기술을 집어넣어 위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 기술은 이미 지폐 등에서 진위를 가리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현재 나돌고 있는 변조카드의 경우 기계로는 진위를 가리기 쉽지만 사람 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반면 투영기술을 이용한 종이의 경우는 사람 눈으로도 판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종이 IC카드는 엠보싱(표면을 오톨도톨하게 하는 것) 가공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는 곧 암호번호를 집어넣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종이카드는 사실상 용도가 제한돼 은행카드나 신용카드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그외의 오락시설 이용티켓이나 전자화폐용 카드, 구매시 점수를 가산하는 포인트카드 등으로는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또 비접촉형 카드로의 응용도 검토되고 있다.

 돗판인쇄의 종이 IC카드에 대해선 현재 미국과 유럽지역 각국에서 상담이 쇄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내년봄쯤 실용화할 예정이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