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년여 동안 55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새롭게 선보인 「인터넷 휴대폰」은 이제 이동전화단말기가 단순한 전화상품이 아니라 움직이는 이동사무실 상품으로까지 발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명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이 제품은 에릭슨 등 선진 통신업체들조차 내년초에나 상품화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우리 기술에 의한 신제품 출시는 한국의 이동전화단말기가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삼성이 내놓은 인터넷 휴대폰은 기존 이동전화단말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기능들로 채워져 있다. 예를 들어 교회나 성당에 갈 때 성경책이나 성가집 대신 단말기만 들고 가면 여기에 내장된 성경과 성가를 불러내 예배나 미사를 올릴 수 있다. 한라산 최정상 백록담에서 노트북 없이도 인터넷 휴대폰의 인터넷기능을 통해 전자우편을 전송하거나 채팅도 즐길 수 있다.
2000명분의 주소록 작성, 1년치 스케줄 관리, 100여건의 메모를 저장할 수 있도록 대용량 메모리가 탑재돼 있고 8만단어의 영한사전, 5만단어의 한영사전, 공학적 계산기 기능과 한가한 시간을 위해 테트리스 등 게임기능까지 내장하고 있다.
이동전화단말기가 노트북·개인정보단말기(PDA)·게임기까지 포함한 종합정보단말기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 제품은 거의 포화상태에 다다른 이동전화 시장을 다시 한 번 뜨겁게 달궈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는 동시에 관련 이동전화나 주변통신서비스 시장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신제품의 가격을 기존 제품에 비해 10만∼20만원 정도 비싸게 책정하더라도 가격대 성능비가 워낙 뛰어나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올해 내수 50만대, 수출 50만대 등 모두 100만대 가량의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인터넷 휴대폰」이 몰고올 이동전화서비스 시장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다. 이번 삼성의 신제품 발표와 때맞춰 단말기업계의 쌍벽인 LG정보통신도 비슷한 모델을 선보인 점을 감안하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1차적으로는 실시간 증권정보를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무선데이터 시장에 유·무형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서는 이동전화서비스 시장에도 파문이 일 것이다.
최근 데이터 전송속도 제고를 지향하는 IS-95B 기술도입을 놓고 휴대폰사업자와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들 간에 논쟁을 빚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제품은 이동전화 시장의 지도마저 바꿀 폭발성을 갖고 있다.
「인터넷 휴대폰」이 삼성의 기대만큼 순조롭게 시장에 정착될 경우 정보단말기를 콘셉트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PCS사업자들로서는 의외의 막강한 「원군」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제품을 사용하려는 잠재고객들은 통신료가 일반가입자의 2∼3배에 이르는 우량가입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우량고객의 동향은 단순한 요금이나 통화율 경쟁에 치중하던 기존 이동전화서비스 시장의 모습을 전송 데이터용량 중심으로 이동시킬 것이 확실시된다.
삼성은 IS-95B기술을 채용한 인터넷 휴대폰 신제품까지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있어 보다 진전된 종합정보단말기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한 PCS사업자의 마케팅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