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41)

 『은행에 있는 송혜련씨 말입니다.』

 『그 애가 내 애인이라코?』

 『아닙니까?』

 『니 무슨 말하노? 누가 애인이라카나? 니, 씰데없이 넘겨짚지 마라. 가아 내 동생이데이.』

 『아, 네, 그렇군요. 어쩐지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얼굴도 비슷하더라니. 그 생각을 못했네요.』

 나는 낭패한 기분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미안합니다. 쓸데없이 넘겨짚어서.』

 『미안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렇게 넘겨짚지는 마레이.』

 그후에 소대장은 나에게 심부름을 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송혜련에 대한 인상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가늘고 긴 목과 갸름한 얼굴, 눈은 작지만 귀여운 눈웃음이 도는 인상은 산뜻한 느낌을 주었다. 그 산뜻한 느낌은 은행에 대한 나의 동경심과 함께 그리움을 키워갔다. 이상하게 끌렸다고 할까. 그것은 막연하면서도 저돌적인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기회를 보아 다시 은행을 찾아가기로 했다. 가끔 공적이든 사적이든 평일에도 담 밖 외출의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나는 약간의 돈을 가지고 은행 통장을 개설하기로 결심했다. 은행에 저축할 돈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모아둔 약간의 돈도 책을 구입하는 데 모두 써버렸고 시골의 어머니가 부쳐준 돈 역시 책을 사는 데 사용했다. 다만 통신 소프트웨어 개발팀에서 연구 목적으로 필요한 도서 구입비가 나와서 책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지만 그것은 사용처가 분명한 영수증을 첨부해야 했기 때문에 개인이 유용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은행에 저축할 의사도 없었고 돈도 없었으나 나는 통장 거래를 했던 것이다.

 나는 창구로 찾아가서 송혜련 앞으로 갔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나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나를 보자 킥킥거리고 웃었다. 아마도 그녀의 오빠가 내 이야기를 했음이 틀림없었다. 애인으로 착각한 것을 연상하자 그녀는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저의 오빠 소대에 계시지예?』

 『네, 그렇습니다.』

 『모습은 군인 같지 않는데, 말씀하시는 게 군기가 잔뜩 들었네예. 신병이지예?』

 『네,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