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눅스 확산에 대비하자

 새로운 운용체계(OS)인 리눅스가 전세계적으로 뜨고 있다. 그동안 이단아로 취급받아 재야에 머무르던 리눅스가 인터넷 확산에 힘입어 상용시장이라는 제도권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빠른 서비스 속도가 생명인 웹서버에 리눅스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는데다 기본소스가 공개돼 있어 세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8년 이후 세계적인 정보기술(IT)업체들이 잇따라 리눅스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은 리눅스가 시장과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인텔이 리눅스관련 벤처기업인 레드햇에 거액을 투자했고 오라클·넷스케이프·인포믹스 등 대표적인 소프트웨어업체들도 리눅스 버전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선·IBM·컴팩 등 컴퓨터업체들이 가세해 적극적인 리눅스 지원계획을 공표하고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머지않아 리눅스가 유닉스나 윈도NT를 제치고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분야의 표준OS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조심스럽지만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리눅스가 이렇게 선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상을 초월하는 기적 같은 일이 OS부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리눅스가 기존 OS시장에서 반란 아닌 반란을 일으킨 데는 나름대로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공급자 중심으로 흐른 시장상황이 「공유와 나눔의 철학」을 기반으로 탄생한 리눅스가 새롭게 주목받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왜곡된 시장기능을 바꿔보려는 사용자들의 불만이 자연스럽게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IT업계는 이 점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리눅스가 앞으로도 계속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최근 들어 상황이 많이 호전되기는 했지만 리눅스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처럼 사고가 났을 때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사용자들의 막연한 생각을 불식시키는 게 필요하다.

 최근 들어 일부 컴퓨터업체들이 리눅스 채용 서버 사용자들을 위해 24시간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객이 원할 경우 리눅스 서버를 공급하고 AS를 해주고 있긴 하다. 부족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공급하는 것도 시급하다. 사실 애플리케이션 문제는 그동안 리눅스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나 다름 없었으나 최근 들어서 지원 벤더들이 급증하고 있어 다소 위안을 주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리눅스는 IT업계의 또다른 대세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산업정책 차원에서 리눅스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때가 됐다. 「강 건너 불 구경」쯤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다. 이제는 리눅스를 연구개발해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기업들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국내 IT업체들이 리눅스 개발에 적극 나선다면 분명 새로운 사업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게 리눅스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만큼 리눅스시장의 잠재력이 커졌다는 반증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족한 리눅스 전문가를 가능한 한 많이 양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주로 학교나 연구실에 남아 있는 전문가들이 현업의 수요를 뒷받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그동안 리눅스시장이 제대로 성숙되지 않은 탓에 미처 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던 것도 전문가그룹이 풀을 형성하지 못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우리에게는 리눅스 전문가를 길러내는 토양이 척박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곧 닥칠 리눅스 시대에 대비해 전문가 그룹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리눅스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리눅스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한글화를 진전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리눅스가 OS차원에서는 한글 지원을 구현했지만 아직까지 애플리케이션에서는 한글을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극히 드문 게 현실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워드프로세서로는 다행히도 「아래아한글」을 설치할 수 있어 해결돼 있지만 다른 애플리케이션들은 거의 이용할 수 없어 리눅스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외산 제품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리눅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제품들을 한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IT업계는 리눅스의 제도권 진입으로 촉발된 시장구도 재편에 적극 대비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