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가세요. 또 오시소오예.』
송혜련은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이 끝나면서 나를 알아봤기 때문에 나는 그녀와 더이상 노닥거릴 수 없었다. 바로 뒤에 고객이 줄을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좀 아쉬웠지만 나는 다음날을 기약하고 물러섰다. 그녀는 분명히 또 오라고 했다. 이 말은 다른 고객에게는 하지 않았다. 나에게만은 「또 오시소오예」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차별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로서는 더할 수 없이 기뻤다.
나는 다음날 또 외출증을 끊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오천원을 입금했다. 이번에는 그녀가 단번에 나를 알아보고 반기는 것이었다.
『또 오셨네예, 오빠 부하.』
『네, 그렇습니다.』
나는 점점 바보가 돼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감정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그것도 상대방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좋을 경우는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보상이 없는 순수한 헌신이며 그리움이기 때문이었다. 여자가 통장을 정리하면서 나에게 물었다.
『컴퓨터 엔지니어라면서예?』
『어떻게 아세요?』
『오빠한테 들었어예. 대단한 기술자라서 부대에서 스카우트했다카데예. 사회에 있을 때 무슨 기술인가를 개발해서 유명해졌다카데예?』
『소대장님이 저에 대해서 너무 칭찬을 많이 하신 모양이군요. 그렇게 유명한 기술자는 아닙니다.』
『컴퓨터로 뭘 연구하시는데예.』
『통신 분야입니다.』
나는 자세한 것을 말할 수 없었다. 말해도 그녀가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부대에서 기술개발하는 것은 방첩 차원의 특급기밀에 해당했다.
『컴퓨터는 재미있어예.』
재미있다는 개념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게임을 연상했는지 모른다.
『컴퓨터는 마술사지요.』
『그래서 재미있다카데예.』
그녀는 나와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었는지 일을 천천히 마무리했다. 그녀의 동작이 느린 것을 보면 알 수 있었고, 일을 마치고도 통장을 나에게 돌려주지 않고 만지작거리면서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