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조급하고 무리한 시장 개입과 사업자의 벼랑 끝 위기위식이 만들어낸 「3월 대란」을 겪은 이동전화시장이 이번에는 예고된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면서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이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8일 『이동전화 5개사가 3월 중 신규로 유치했다고 보고한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가개통 물량으로 드러났다』며 『정통부와 통신위원회 소속 공무원으로 구성된 합동단속반을 편성, 오는 11일부터 영업 일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영업활동을 강력 단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통부는 실제로 011 SK텔레콤의 경우 3월 31일 가입자 김명화(전화번호 011-9760-××××) 명의로 514건, 016 한국통신프리텔은 김영숙(016-217-××××) 명의로 492건을 각각 허위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통부는 이에 따라 이같은 불법영업행위를 강력 단속하기로 하고 그 대상에 △의무가입기간이 폐지된 4월 1일 이전에 확보한 가개통 물량 해소를 위해 3월과 동일한 조건으로 단말기를 판매한다는 안내판을 게시한 행위 △의무가입기간을 적용하지 않는 정상적 신규가입자의 예약을 거절하는 행위 △가개통 물량에 대해 의무가입기간을 적용해 실명으로 전환하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고 발표했다.
정통부는 이와 함께 일부 사업자가 본사와 유착, 허위계약을 체결한 특정 대리점에 단말기를 독점 공급함으로써 여타 대리점이 신규고객 유치에 필요한 단말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중시, 이에 대한 조사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정통부의 이날 발표는 표면적으로는 시장 정화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단속」이라는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무리한 정책과 사업자의 욕심으로 국민만 피해를 보는 현실을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통부는 공정경쟁환경 조성을 겨냥, 당초 오는 7월로 예정된 이동전화 의무가입기간 폐지를 3개월이나 앞당겨 시행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7월 실시를 가정하고 마케팅정책을 수립한 사업자들과 충분한 사전정지작업 없이 너무 조급하게 밀어붙여 이른바 「3월대란」을 초래케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결국 불을 보듯 훤한 시장왜곡 현상은 3월 가입자 가운데 절반이 가개통이라는 현실로 나타났고 당황한 정부는 당초의 서슬퍼런 의지에서 한발 후퇴, 사업자들에게 숨통을 터주었다.
3월 가개통 물량을 오는 10일까지는 해소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 그것이다. 8일 발표도 10일 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면 대대적 단속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동전화 5사는 또한번 전쟁을 치르고 있다. 10일 만에 100만이 넘는 가개통을 실전환해야만 차후 정부로부터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모면할 수 있다. 그래서 3월과는 또다른 온갖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비록 정부가 「일보 후퇴 후 2보 전진」이라는 정책을 들고 나왔지만 이같은 시장 왜곡현상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단속의 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시장 메커니즘이다.
일부에서는 단속이 시작되는 10일에 맞춰 사업자들이 직권해지 형식으로 수만명의 가입자를 정리, 정부의 제재를 피해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일부 대리점들 간에 3월과 이달초 확보한 단말기가 음성적으로 거래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아무튼 정부의 조급함과 사업자의 욕심으로 영문도 모르는 일반 국민만 골탕 먹는 꼴이 돼버렸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