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바로 정보의 전달과 활용이 로마제국에 있음을 말함이었다.
길과 문자의 2차원 세계가 고대사회라면 15세기 독일의 구텐베르크(1394∼1468)가 발명한 활판 인쇄술은 인쇄혁명을 가져와, 수많은 책을 찍어냄으로써 정보의 전달이 땅과 바다, 하늘의 공간을 넘는 3차원 세계를 열었다.
콘텐츠혁명이 일고 있는 오늘은 어떠한가. 통신의 초고속도로를 타고 온 정보의 세계, 즉 사이버 공간(Cyber Space)이 더해져서 4차원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4차원 사회에서는 초고속망 건설이 이뤄져야 하는데 비동기전송방식(ATM) 교환기를 근간으로 하는 초고속 광통신망, 무궁화위성을 활용한 초고속 위성 인터넷망 등이 하드웨어라면 멀티미디어콘텐츠, 데이터베이스(DB)는 소프트웨어라고 하겠다. 4차원 세계, 즉 사이버 공간을 이용하려면 무엇보다도 개개인의 PC 사용능력이 향상돼야 한다.
여러 분야의 많은 정보가 축적돼야 하고, 이러한 정보를 모든 사람들이 값싸고 손쉽게 이용하는 일이야말로 정보강국,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한 가정 1대 PC 갖기, 인터넷 주소 1000만명 갖기 운동은 오늘 우리들에게 필요하고도 적절한 캠페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대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쳐, 오는 21세기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아마도 개인과 기업, 국가의 힘이 지식과 정보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되는 「지식정보사회」로 가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컴퓨터·통신·소프트웨어가 국제표준(인터넷)으로 통합된 인프라 위에서 삶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와도 「빛의 속도」로 교환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정보전달 속도에 따라 좌우됐다. 고구려의 호동왕자를 사랑한 낙랑공주가 적군의 침략을 알리는 자명고를 찢음으로써 낙랑은 정보전달이 늦어 망하게 됐으며, 한말에 대원군이 쇄국정치를 함으로써 세계사의 흐름에 어두웠던 조선은 명치유신으로 산업화를 이룬 일본에 100년이나 뒤져 결국 나라를 잃고 말았다.
최근의 걸프전쟁도 따지고 보면 정보전달 속도에 따라 승패가 갈린 전쟁이었다. 정보전달 속도가 이라크보다 훨씬 빠른 미국의 승리는 예견된 것이었다.
우리는 산업화가 늦어서 먼저 산업화한 일본으로부터 시련을 받았지만 이제 이를 거울 삼아 정보화는 기필코 앞서 나가야 하겠다.
정보화의 힘은 어떤 것인가. 컴퓨터·통신·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정보기술(IT)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이는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사용해오던 생활의 기본적 요소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킨다.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빛의 속도로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정보기술(IT)이다. 인터넷은 「전자불도저」다.
인터넷을 새로운 천년을 살아가는 삶의 도구로 이용하는 개인과 기업, 국가는 살아남을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이 지구상에서 소멸해 갈 것이다. 인터넷이야말로 새로운 우주로 향하는 고속도로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장이 급속한 발전을 이룬 것은 비즈니스 측면의 강점 때문이다. 시·공을 초월한 인터넷 공간에서 기업은 전세계 고객과 1대1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의 취향을 DB화함으로써 제품의 판매영역을 확대해 갈 수 있다.
머지 않아 자기 나라의 지식과 문화를 수집·가공·정리해 인터넷 세계에 올려 놓지 못하면 문화의 후진국이 될 것이다. 먼 후일 내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미아리 점쟁이에게 물어 볼 것 없이 인터넷 바다로 나가자. 이사가는 길일(吉日)은 기상대의 일기예보와 이삿짐센터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참고해 정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아리 일대에 자리잡고 있는 점쟁이 골목이 점차 소프트웨어 타운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