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CDMA 이동전화기 핵심 칩 국산화

 삼성전자가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수입에 의존해 오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전화 단말기의 핵심 부품인 MSM(Mobile Station Modem)과 BBA(Base Band Analog Processor) 칩을 비롯해 범용 운용체계를 이용한 단말기용 소프트웨어까지 개발에 성공, 이달부터 이를 양산키로 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정보통신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국내에서 월간 100만대 이상의 이동전화 단말기가 보급되고 있지만 이 단말기의 핵심 칩은 국내에서 생산이 안돼 수입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핵심 칩의 개발 성공 및 양산은 우리나라가 외국 업체의 기술종속으로부터 벗어나 명실상부한 기술독립체제로 전환되는 일대 전기를 맞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가 CDMA방식을 채택, 92년 9월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퀄컴사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한 지 6년여만에 이룩한 쾌거다.

 이 칩의 개발 성공은 이러한 명분뿐만 아니라 실리면에서도 엄청나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MSM 칩은 이동전화 단말기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CDMA시스템으로 보내는 핵심 부품으로 잡음을 없애고 통화음질을 향상시키는 신호처리장치인데 전체 단말기 생산원가의 20%를 차지하는 고가의 부품이다. 또 고주파단의 인터페이스 기능을 하는 BBA 칩은 그동안 퀄컴과 일본 소니가 과점해온 것으로 통화시간이나 이동전화기의 소형·경량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핵심 부품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칩의 양산으로 퀄컴은 물론 LSI로직·루슨트테크놀로지스·소니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업체들과 기술경쟁 대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 칩의 기능 향상으로 단말기의 생산원가 절감과 이를 통한 이동전화 단말기의 국제경쟁력 강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그것은 곧 우리가 이제 어엿한 CDMA 이동전화 단말기 기술 종주국이 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삼성이 양산한 제품의 기술수준이 높다고는 하지만 하루 빨리 그것의 신뢰성을 소비자들로부터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BBA 칩을 양산하고 있는 미국 퀄컴 외에도 모토롤러·LSI로직 등은 날로 커지는 한국시장을 겨냥, 최근들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삼성이 이 칩을 양산할 경우 그들의 마케팅은 공격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제품의 신뢰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특히 장기적으로 이들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지속적인 성능향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퀄컴과 특허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초 삼성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퀄컴과 맺은 특허협상은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퀄컴에 특허료를 지불하면서 칩을 개발하더라도 자사 단말기에 한해서 채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삼성은 퀄컴과 협상을 재개, 국내의 타사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수출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일이 남았다. 문제는 어떻게 해서라도 경제성을 살릴 수 있는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여타 정보통신업체들이 CDMA 핵심 칩 개발을 거의 마무리하고도 쉽게 양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술상의 문제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생산했을 경우 판로에 대한 보장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의 경우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물량도 적지 않겠지만 내수판매와 수출을 통해 경제성을 살리는 데 초점을 모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번의 CDMA 칩 국산화 성공은 핵심 기술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걸음마인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퀄컴이 벌써 5세대 칩을 개발해둔 상태로 이 분야의 기술발전은 너무나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번 기술개발로 적지 않은 자신감을 얻은 것이 사실이다. CDMA에 관한 한 퀄컴의 종속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핵심 부품을 우리가 개발했다는 것은 정보통신산업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새삼 입증하는 것으로 깊은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이러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정보통신분야의 첨단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기술대국을 앞당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