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비용을 들인 인터넷 홈페이지가 단지 전자메일과 전자문서 유통도구로만 활용된다면.」
정보화 순위 세계 10위권 진입을 노리는 우리나라 기업 및 관공서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내 유수의 대기업 및 정보통신기업들은 정보시대에 걸맞은 선진경영을 모토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운용에 나서고 있으나 그 잠재적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관심하다.
국내기업이나 정부가 인터넷 도메인이름의 가능성을 얼마나 등한히 하는지는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광고형태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일반기업은 물론이고 첨단을 지향한다는 정보통신기업, 정부의 공익광고조차 그 광고문구 어디에도 인터넷 도메인이름을 명기하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에 한해 신문매체를 이용한 광고에서 아주 조그마한 활자로 이를 끼워넣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정보화의 선두주자인 미국에 가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CNN·HBO·ABC·NBC 등 유수 방송사의 TV광고를 보면 광고주들이 제품광고 말미 또는 중간에 그들의 인터넷 도메인이름을 커다랗게 끼워넣는다. 광고내용에 대해 궁금하면 자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로 들어오라는 무언의 의사표시다.
이같은 인터넷 도메인 활용은 TV나 신문광고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내 주요 고속도로변이나 시내건물 옥상에 설치한 도로광고판에도 제품 및 기업광고와 함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인터넷 도메인이름을 명기한다. 심지어 조그마한 빵집조차도 자신의 인터넷 도메인이름을 입간판에 명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인터넷 도메인을 명기한 이들 광고를 보고 나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의문점이나 관심이 일 경우 해당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인터넷 도메인 광고는 일부만을 보여주는 TV광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전문상담요원을 배치해 처리하는 문의전화를 대폭 줄여, 인건비 및 통화료 부담을 해결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TV나 언론광고에서 느꼈던 자신의 궁금증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상황은 180도 다르다. 인터넷을 주력사업으로 전개하겠다는 기간통신사업자나 인터넷전문기업조차도 애써 가꿔온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외면하고 광고나 거리입간판에 문의전화번호만 명기할 뿐이다.
미국에서 정보통신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익명을 통해 『정보시대에 걸맞은 선진경영 구현을 추진하는 기업이나 관공서라면 인터넷 도메인이름 활용도를 단지 전자메일 주소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인터넷 도메인이름의 잠재력을 평가절하하는 국내기업들은 정보화 가능성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일반화된 CIO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