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본격적인 활기를 맞기 시작한 지난 95년 당시 앞으로 인터넷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 사업자들은 미디어업체와 검색사업자였다.
ABC·CBS·NBC 등 미국의 3대 전국방송사는 미디어와 인터넷간 통합에 바탕을 두고 인터넷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로는 벤처기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야후·익사이트·라이코스 등 검색사업자도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 정보검색사업을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했다.
당시 거대 방송사들에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검색업체들은 5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에서 포털사이트로 지명도를 높이고 있는데 반해 미국의 3대 방송사들은 인터넷사업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이는 검색업체들이 급변하고 있는 인터넷사업에 역동적으로 사업을 펼친 데 반해 주요 방송사들은 인터넷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검색업체들은 90년대 들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던 인터넷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무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은 전자우편, 채팅서비스, 홈페이지서비스 등과 같은 무료서비스와 주식정보, 뉴스, 날씨정보 등 다양한 무료 콘텐츠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이용자들은 검색사이트에 몰리게 됐고 상승작용으로 이들 사이트의 광고단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었다. 결국 이들은 인터넷 접속시 처음으로 접속하게 되는 사이트를 의미하는 포털서비스업체로 현재 재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더불어 인터넷 포털서비스업체의 주가도 끊임없이 상승중이다. 야후의 주가는 현재 1주당 200달러 내외로 시가총액이 4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익사이트는 지난 1월 케이블TV사업자 앳홈(@Home)에 67억달러라는 거금으로 매각된 바 있다.
최근 들어 이들 검색업체는 검색엔진에서 「미디어엔진」 분야로 발돋움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야후. 야후는 이번달 초 57억달러에 인터넷 미디어업체인 브로드캐스트.컴을 인수했다. 브로드캐스트.컴은 인터넷을 통해 뉴스, 패션쇼 등 다양한 오디오,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미디어업체로 야후는 이 업체 인수를 통해 멀티미디어 기반 서비스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같은 검색업체들의 역동적인 인터넷 사업에 비해 주요 방송사들의 그간의 행보는 거의 전무한 형편이다.
최근에는 미 3대 방송국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수익률을 올린 CBS가 아메리카온라인(AOL)에 인수당할 것이라는 소문에 휩싸이는 수난을 겪었다. 이에 대해 CBS는 최근 인터넷사업을 강화키 위해 「CBS.컴」이라는 인터넷사업부를 신설, 인터넷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하고 주식공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5년 마이크로소프트(MS)와 MSNBC를 설립한 NBC는 설립 당시, 이 사업에 10억달러에 달하는 집중적인 투자로 세계적인 사이트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으며 앞으로 5년간도 적자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인터넷 사업에서 타방송사에 비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업체는 ABC. 최근 ABC는 인포식과 함께 새 인터넷 포털사이트 「고 네트워크(Go Network)」를 구축, 인터넷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야후 등 포털사이트에 비해서는 아직도 이용자 확보가 미미한 형편이다.
결국 거의 같은 시기에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출발한 검색업체와 방송사들이 5년이 지난 후 이같은 갈림길에 선 것은 인터넷에 관한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 이를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느냐와 아니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판가름나게 됐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