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대표 조정남)의 주가가 연일 상승, 국내 최초로 100만원대 「황제주」가 탄생하면서 한국통신이 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다. 통신시장 최대의 라이벌인 양사의 관계를 미루어 볼 때 SK텔레콤이 잘나가면 한국통신으로선 움찔하는 것이 상식이겠지만 이번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통신이 SK텔레콤의 「질주」에도 콧노래를 부르는 것은 다름 아닌 보유 지분(18.35%) 때문이다. 한국통신은 (주)SK에 이어 어엿한 SK텔레콤의 2대주주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한국통신 보유 지분을 넘겨 받아 경영권 안정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특히 오는 7월부터는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한도가 현행 33%에서 49%로 늘어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한국통신 보유 주식을 사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후사정 탓에 한국통신은 언제든 가장 높은 가격으로 SK텔레콤 지분을 팔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고 SK텔레콤은 한 푼이라도 낮은 가격에 이를 사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줄다리기를 계속해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SK텔레콤은 주당 40만원대 매입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30만원대였던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물론 한국통신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 최소한 10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것이 올들어 주식시장 활황으로 SK텔레콤 주가가 100만원선까지 뛰게 됐고 덕분에 한국통신은 자신들이 희망하는 가격을 부를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됐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주식시황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는 분명치 않아도 한국통신은 「시간은 우리편」이라며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