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소프트웨어(SW)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특정 개발업체의 「밀실」에 감춰쳐 있던 SW 소스코드가 대중속으로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SW업체들은 사용자들이 작동원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SW를 판매해 막대한 수입을 올려왔다. SW의 소스코드는 개발업체만의 「비법」으로 철저히 보호돼 왔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최근 들어 무너지고 있다. 심지어 SW업계의 왕좌를 차지하고 독점적 지배력에 의지해 산업을 좌지우지해 온 마이크로소프트(MS)마저 최근 소스코드 공개 가능성을 언급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MS의 스티브 발머 사장이 이달 초 열린 「윈HEC」에서 한 참석자의 질문을 받고 윈도의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불과 몇달 전만 해도 MS의 이같은 반응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이는 그동안 산업변방에 위치한 프로그래머들의 급진적 발상정도로 치부돼 왔던 공개SW 혹은 소스코드 공개 운동이 강력한 힘을 얻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매킨토시 OS에 대한 철저한 폐쇄성으로 유명한 애플마저 최근 이 OS와 자사 스트리밍 SW인 「퀵타임」의 소스코드를 일부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소스코드 공개가 윈도 중심의 컴퓨터 세계에서 비주류로 머물러 있는 자사의 영향력을 확대시켜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공개 유닉스라고 할 수 있는 리눅스의 최근의 엄청난 인기가 이같은 기대를 낳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리눅스가 촉발시킨 공개SW에 대한 광범한 지원 움직임이 기존 MS의 시장지배력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공개 SW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SW의 기본적 소스코드가 개발업체에 의해 독점 이용되지 않고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이같은 공개 SW 내지 소스코드 공개 움직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이다. 인터넷은 그 자체가 공개된 SW 표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면서 소스코드 공개를 지지하는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이에 따라 소스코드 공개 지지자들은 인터넷에서 웹페이지를 다른 컴퓨터로 제공해 주는 웹서버 SW로 「아파치」를 탄생시켰으며 가장 유명한 공개 SW인 리눅스의 성능개선과 무료보급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
특히 핀란드의 컴퓨터 공학도인 리누스 토발즈가 개발한 리눅스는 MS의 주력제품의 하나인 윈도NT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IBM, 인텔 등 컴퓨터업계의 주요업체들이 리눅스 상용업체들에 앞다퉈 투자할 정도가 됐다.
IBM 등 일부 컴퓨터업체들은 리눅스를 사전장착한 컴퓨터의 생산, 판매에도 나서고 있다.
또 오라클, 로터스, 코렐 등 세계 주요 SW업체들은 각사 핵심 제품의 리눅스 버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바야흐로 소스코드 공개로 SW업계에 엘리트 시대가 가고 대중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특정업체의 전용 SW가 소수 엘리트주의에 기반한 것이라면 소스코드 공개는 대중의 참여를 통한 기술발전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프로그래머들이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자신이 개발한 SW의 코드를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이를 사용해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는 과정을 통해 기술의 대중적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스코드 공개 움직임은 분명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있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는 지적이다.
70년대 미국 AT&T에 의해 개발된 이후 10여종의 비호환 변형판이 출현했던 유닉스의 전철을 공개 유닉스인 리눅스가 되풀이할 조짐을 보이면서 공개 SW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없지 않다.
리눅스의 경우 누구나 소스코드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특징으로 인해 이미 몇몇 상용업체에서 서로 다른 버전을 발표했다. 아직은 이들 버전간에 호환성이 유지되고 있으나 앞으로의 전망은 예측할 수 없다.
리눅스가 유닉스처럼 분열된다면 단일 표준의 단일 버전밖에 존재하지 않는 윈도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같은 우려가 생겨남에 따라 리눅스업체들이 「리눅스 스탠더드 베이스(LSB)」라는 표준화 단체를 만들기는 했으나 주요업체인 레드햇이 불참하고 있는 등 분열의 조짐은 여전하다.
또 리눅스용 응용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많은 업체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응용프로그램은 공개하지 않는 등 모순된 듯한 행태를 취하고 있는데 대해 모든 SW의 공개화를 촉구하는 일부의 반발도 없지 않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