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통신뿐만 아니라 인터넷 접속도 가능하며 주소록관리·일정관리 등 개인휴대단말기의 기능까지 제공하는 진보된 개념의 휴대폰, 「웹폰」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실 휴대폰에다 웹접속기능을 묶은 웹폰의 개념은 몇년 전부터 업계와 사용자들의 호기심 대상이 돼 왔으며 약 2년 전부터 제품화가 시도돼 왔으나 이렇다할 만한 시장을 형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급속한 기술발전에 힘입어 단말기업체들이 제품출시를 서두르는 한편 이 시장을 겨냥한 소프트웨어업체와 콘텐츠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어 양상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양키그룹의 필립 레드맨씨에 따르면 향후 2년 안에 거의 대부분의 전화기가 웹접속기능을 갖출 전망이다.
현재까지 시중에 선보인 웹폰은 미쓰비시의 「모빌액세스120」, 삼성전자의 「듀엣」, 노키아의 「9000il 커뮤니케이터」 등이 고작이나 올해 안에 훨씬 많은 종류가 출시될 예정이다.
퀄컴은 올여름 웹기능을 갖춘 「PDQ스마트폰」과 「신폰(Thin Phone)」 두 제품을 시판할 계획이다. PDQ는 휴대폰에 스리콤의 개인휴대단말기(PDA)인 팜Ⅲ를 통합한 제품으로 현재 대부분의 디지털 휴대폰이 4줄 정도의 텍스트를 볼 수 있는 작은 화면을 사용하는데 비해 11줄까지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을 채택한 점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필기체인식기능을 지원하며 PC와의 데이터 공유 및 정보동기화가 가능하다.
함께 선보일 신폰은 PDA기능을 내장하지 않은 4온스 정도의 콤팩트한 제품으로 한번에 4줄의 텍스트를 볼 수 있으며 100∼200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다.
글로벌솔루션이라는 신생업체가 올여름 초 출시할 계획인 「네오포인트1000」은 한번에 11줄의 텍스트를 보여주며 음성인식기능을 채택해 말로 전화를 걸 수도 있다. 휴대단말기용 인터넷언어인 HDML(Handheld Device Markup Language)형태로 웹정보를 보여주며 도킹스테이션을 통해 PC와 정보를 동기화하는 한편,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다.
모토롤러도 올해 중 웹폰 신제품 「i1000플러스」를 출시, 넥스텔 디지털 휴대폰망이 제공되는 6개 도시에 거주하는 사용자들이 접속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 제품은 디지털 휴대폰에 문자호출기능·양방향 라디오·전자우편SW·마이크로브라우저 등을 내장하고 250달러 정도에 판매될 예정이다.
팜파일럿 개발자들이 설립한 핸드스프링사도 웹폰 개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자사의 사업계획에 대해 철저한 비밀을 유지하고 있으나 분석가들은 핸드스프링사가 팜파일럿의 PDA기술과 휴대폰을 통합한 새로운 장치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에릭슨은 심비언사의 EPOC 운용체계(OS)를 채택하고 캘린더기능·내장형 모뎀·그래픽출력기능 등을 갖춘 「에릭슨 R380」을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휴대폰업체들의 제품 출시가 잇따르면서 웹폰용 데이터서비스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에어플래시라는 신생업체는 음성인식기능을 이용해 매달 5달러에 영화시간표·주식시세·전화번호부·웹주소록 등의 정보를 휴대폰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개발중이다. 또한 노키아는 IBM·새브레그룹과 손잡고 휴대폰 사용자들에게 실시간 비행정보 제공 및 비행기표 예매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향후 2, 3년 안에 대부분의 휴대폰이 웹접속기능을 제공하더라도 이것이 곧 모든 휴대폰 사용자가 웹접속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02년에 휴대폰을 이용해 웹접속을 하는 사용자는 현재보다 600만명이 늘어나지만 2002년 전체 휴대폰 사용자 1억800만명 중 5.6%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기술적 장애도 만만치 않다. 현재 휴대폰망을 이용한 데이터서비스는 대부분 전송속도가 9600Mbps 수준에 머물러 유선모뎀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되는 등 사용자들의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망이 혼재하고 기술적 호환성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웹폰을 가지고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웹폰서비스를 위해 얼마나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에 대해 고객들이 아직 의심하고 있고, 향후 시장이 어떤 식으로 형성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많은 업체들이 상품화를 서두름으로써 이들 단말기를 구입하는 사용자들은 당분간 값비싼 필드테스트에 참여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안경애기자 ka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