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상거래> 인터넷 신천지 `21세기 화수분`

 『인터넷이 기업과 국가 모든 분야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기 시작했다. 미국은 물론 세계 유수기업 가운데 절반이상이 인터넷혁명에 적응하지 못해 새 밀레니엄시대에 사라질 것이다.』 (시스코 존 체임버스 사장)

 『한국의 인터넷 성장속도는 경악스러울 정도다. 한국 인터넷시장은 이미 세계 톱10에 진입했다. 최근 세계적인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한국 진출에 속속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 야후사 제리 양 사장)

 이달 들어 우리나라를 방문한 인터넷관련 거물(?)들은 한결같이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새로운 「산업혁명의 신호탄」임을 역설했다.

 인터넷이 지구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만해도 인터넷은 그저 「정보의 바다」 「정보의 보고」 등의 추상적 개념에 머물렀다. 불과 5년이 안된 요즘 들어 인터넷은 국경없는 비즈니스 격전장의 현실이자 실체로 인식되고 있다. 비록 시장형성 초기이지만 전자상거래로 대변되는 인터넷 비즈니스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나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전략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터넷이 그야말로 세상을 바꿀 만한 파괴력을 지녔다는 것이 도처에서 증명된데 힘입은 바 크다. 그중에서도 인터넷 백만장자의 출현은 인터넷비즈니스의 힘을 일반인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 줬다. 얼마전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의 400대 거부」 목록에 35세에 불과한 한 젊은이가 등장했다. 이름은 제프리 베조스. 주가총액은 170억달러. 흔한 창고나 서가 하나 없이 오로지 인터넷 웹사이트에 서점을 차려 놓고 전세계를 상대로 책을 판지 불과 5년여만에 이같은 천문학적인 부를 끌어모아 더욱 화제가 됐다. 일본 소프트뱅크 재일교포 사업가인 손정의 사장도 자신이 보유한 일본 야후 주가가 한때 주당 6억원을 넘어 250억달러를 손에 쥐어 일본 제1의 갑부 등극을 코앞에 두고 있다.

 최근 지구 저 건너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소보사태도 「인터넷전쟁」으로 불릴 만큼 인터넷의 힘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토측의 공습초기 유고정부가 알바니아계 탄압 소식 등의 정보유출 우려를 이유로 공중파방송을 폐쇄했지만 소용없었다. 탄압의 참상은 연일 개인용 PC를 이용해 인터넷을 타고 보도됐다. 반면 공습을 주도하는 미국과 영국의 언론기관에도 공습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전자메일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입장은 서로 정반대이지만 모두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무기에 노출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이 많은 이들에게 「혁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이같은 현실적인 「힘」과 함께 「너무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석학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인터넷 비즈니스와 관련해 우리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예측하지 못한 속도로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나아갈지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제품이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려면 적어도 50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해야 한다. 라디오가 5000만명의 사용자를 갖기까지는 30년이 넘게 걸렸고 TV는 15년이 소요됐다. 반면 인터넷은 불과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를 가뿐히 돌파하고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을 기반으로한 전자상거래가 21세기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에 따른 시장규모의 확대 추세도 눈부시다. 최근 미국의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가 주요국가의 전자상거래 규모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전자상거래시장은 인터넷 및 첨단네트 기술발전에 힘입어 향후 5년간 연간 69%씩 급신장해 올해 3400억달러, 오는 2003년에는 1조7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중 미국은 올해 2156억달러, 2003년 5414억달러를 기록해 세계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여전히 강대국의 위치를 고수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은 2003년 1152억달러로 2위자리를 지키며 영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 등이 그뒤를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도 올해 전년대비 6배 이상 늘어난 21억6800만달러에 이르며 2003년에는 96억달러를 넘어서 세계 10위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2∼3년 안에 한해에 1조달러가 넘는 거래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면서 기존의 무역관행도 완전히 바뀌게 된다. 거래선간 상담을 위해 대륙을 가로지를 필요도 없고 각종 수출입 서류를 구비하기 위한 번거로움도 사라진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컴퓨터 마우스의 클릭 한 번으로 물건을 사고 파는 세상이 된다.

 게다가 전자상거래 시장은 아마존이 상징하듯 엄청난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한다. 목좋은 점포를 고를 필요도 없고 엄청난 자본금이 동원되지도 않는다.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고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만 하면 된다. 여기에는 누가 좀더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느냐하는 두뇌싸움이 승패를 가른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데이콤인터파크, 한솔CSN, 다음커뮤니케이션, 골드뱅크 등이 전자상거래시장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고 제2의 빌 게이츠, 제2의 제프리 베조스를 꿈꾸며 스타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올 들어 주목해야할 사실은 기업과 정부가 인터넷비즈니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액수로 따지면 개인의 전자상거래(B to C)는 빈도는 월등히 높지만 소규모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간 거래가 가세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진정한 의미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기업간 거래(B to C)인 것은 세계시장에서 B to B 시장이 9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데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최근 삼성과 현대 등이 먼저 그룹차원에서 인터넷을 통해 모든 구매입찰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단한 변화다. 정부도 각종 조달물량을 전자상거래를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무역협회를 비롯한 각종 무역관련 기관 및 단체들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전세계를 상대로 판촉홍보를 적극 추진중이다.

 21세기 미다스의 손으로 평가되는 전자상거래이지만 이를 꽃 피우기 위한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개인정보보호 △지적재산권보호 △온라인서비스이용요금 제도개선 △세제혜택 △통신네트워크의 고도화 등이 선진 국가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은 이미 시간과 공간 그리고 속도의 개념을 바꾸며 인류의 존재양식 그 자체를 변화시켰다. 이런 상황은 기업들에게 글로벌환경에서 무한한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과 예측하지 못한 무수히 많은 잠재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 동일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미 전자상거래는 인터넷이란 열차를 타고 출발했고 기업과 국가는 그 열차를 탄 고객들이 잠시 들를 간이역마다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만 한다. 이제 인터넷 비즈니스는 우리 모두에게 이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새로운 패러다임의 유일한 생존전략인 것이다.

<김경묵기자 k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