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상거래> "지구촌 길은 인터넷으로…"

 이제 세계의 모든 길은 로마가 아닌 「인터넷」으로 통한다.

 인터넷이 빚어내는 인류의 새로운 활동공간인 사이버스페이스에서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많은 이들이 저마다 「삶의 가치」와 「부」를 쫓아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GM이나 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전통적인 제조업체에서부터 IBM·델 등 첨단의 컴퓨터 테크놀로지 기업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세계 유수 기업들은 저마다 업무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인터넷을 활용하는데 발벗고 나서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야후나 AOL·아마존 등과 같은 신흥 기업들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탄생, 글로벌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해 가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인터넷을 생산성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가 하면 인터넷을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해 성장해 가는 새로운 업종의 기업들이 다양한 계층에서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국내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돼 가고 있으며, 전통적인 기업들도 인터넷을 업무에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업무에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미국이나 일본·유럽 등 일부 국가에 비해 다소 뒤지기는 했으나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뜨거운 열기는 국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급속도로 높아가고 있고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들의 주가가 코스닥시장에서 새로운 기록들을 양산하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 관련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기회를 잡기 위한 벤처펀드 및 일반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등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본격적인 인터넷 비즈니스 시대가 코앞에 닥친 분위기다. 특히 인터넷의 본고장인 미국의 경우 이미 일부 기업들은 인터넷 비즈니스 체제로 완전히 전환,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컴퓨터 판매로 유명한 델컴퓨터사의 경우 실제 인터넷 및 정보기술을 활용해 재고회전율을 높여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있다.

 델사는 하루에 평균 2회가량 인트라넷을 통해 부품 구매공고를 하며, 부품업체들이 응찰하면 30분 이내에 낙찰자를 선정하고 낙찰업체는 2시간내에 해당 부품을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텍사스 오스틴에 소재한 델컴퓨터사 조립공장의 반경 2마일 내에 대부분의 부품업체가 소재하고 있으며, 이런 부품조달시스템으로 평균 재고회전기간이 7일에 불과하다.

 최근 경영컨설팅 업체인 PRTM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컴퓨터 제조업체들의 평균 재고회전율은 연간 7.6회로 여타 첨단제품 생산업체들의 평균 재고회전율 4.8회를 훨씬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델사 등 일부 업체의 경우 연간 30∼50회에 달하는 재고회전율을 나타내고 있어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첨단제품 생산업체들의 재고회전율도 20년 전 평균 2.5회에 비하면 현격히 높아진 것인데 이는 주로 부품 및 원자재 공급의 전산화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첨단제품 생산업체들은 20년 전에 비해 48%의 재고비용 절감을 이루고 있으며 금액으로는 연간 약 1조2000억달러를 절감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국내서는 인터넷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이같은 수준의 인터넷 비즈니스 사례는 찾아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전자나 자동차 등 일부 제조업 위주로 업종별 전자상거래 체계 구축을 위해 지난해부터 관련업체와 단체들이 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업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업종별 전자상거래 체계는 정보공유와 데이터의 표준화, 부품의 표준화 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다 그동안 제조업체와 부품협력업체간 수직계열의 종속구조가 수평적 협력관계로 대변혁을 가져오는 구조개혁인 만큼 요소요소마다 저항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같은 기반구축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데도 정부 당국은 지금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다만 우리가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에서 세계서 앞서나갈 수 있다는 희망은 있다. 다름아닌 인터넷 증권거래 분야가 미국에 이어 세계서 두번째로 활성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개인이 하는 주식 거래의 37%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질 정도로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올 1·4분기 동안에 전체 주식거래의 약 10% 정도가 인터넷으로 거래됐다.

 1분기 동안 우리의 인터넷 증권거래는 18조원으로 추정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7800억원에 비해 무려 800% 이상 늘어났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경에는 사이버거래가 전체 증권거래의 약 30% 정도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인터넷 증권거래가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장해 가는데는 증권업의 특성상 백오피스부문의 정보화가 잘돼 있어 비교적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기 쉬웠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또한 이러한 기술적인 요소 외에도 증권시장의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소위 20∼40대 「개미군단」의 인터넷마인드가 급속히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점은 우리의 인터넷비즈니스 기반을 대변해 주는 것으로 장래가 매우 밝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튼 우리경제는 이제 자본투입을 통한 성장은 한계에 부닥쳤고 선진국 기술모방에 의한 캐치업(Catch-up) 전략도 더이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돌파구로 여겨지는 전자상거래 체계구축을 위해 개별기업은 물론 업종별 단체나 정부 및 관련기관들이 적극 나서야 하며, 인터넷기반의 뉴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업계와 정부는 각자 나름의 열정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구근우기자 kw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