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상거래> SOHO 비즈니스.. 적은 자본으로 "창업의 꿈"

 지난해 대기업에서 실직한 K씨(37)는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갔다. 인터넷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제주도 관광정보를 제공하는 영어사이트(http://www.jejutour.co.kr)를 개설했다. K씨는 이에 더해 외국인이 호텔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숙박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집을 민박용으로 개조했다.

 홈페이지를 개설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관광정보를 묻는 전자우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1년 사이에 100여명의 외국인이 K씨의 집을 거쳐갔다. K씨의 수입이 전 직장에서보다 많아졌음은 물론이다. K씨는 민박 덕분에 여덟살배기 아들이 영어를 곧잘 하게 됐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해직의 어두움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물론 이것은 가상이다. 그러나 현실일 수도 있다. 그 누군가가 이미 생각하고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있기에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소호 비즈니스 열풍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IMF 한파 때문이다. 거리로 내몰린 실직자들이 소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적은 규모의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일에는 어김없이 실직자들이 몰렸다. 인터넷을 어떠한 형태로든지 사업에 활용하는 인터넷 소호 비즈니스는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소규모업체를 뜻하는 소호(SOHO:스몰 오피스 홈 오피스)라는 용어는 80년대 미국에서 생겨났다. 경제불황으로 직장을 잃고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창업에 뛰어든 사람들을 가리켰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와 소호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실직자들이 아닌 젊은이들이 일찌감치 소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들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에 매달렸다. 미국 뉴욕 맨해튼가 남쪽 실리콘앨리로 불리는 지역은 대표적인 소호 지역. 이곳에서는 멀티미디어기술과 예술의 결합이 활발히 진행됐다. 예술가들의 무한한 상상력이 멀티미디어 엔지니어의 손끝에서 형상화됐다. 몇년 전부터는 소호족의 관심이 인터넷 분야로 옮겨갔다.

 국내의 소호 열기는 두 가지 상황이 맞물린 형태다. 실직과 인터넷 분야에 대한 기대감이다. 정보통신 분야에 종사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인터넷 소호 비즈니스에 자신있게 뛰어들었다. 인터넷에 생경한 실직자 역시 마찬가지다. 실직자뿐만이 아니다. 대학생들의 인터넷 소호 비즈니스 참여는 붐이라는 용어가 적합할 정도다. 저마다 창업의 꿈에 부풀어 있다.

 인터넷 소호 비즈니스가 크게 관심을 끄는 것은 시작하기 쉽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대한 기본지식과 컴퓨터만 있으면 된다.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각종 서비스와 지침이 도처에 널려 있다. 나머지는 아이디어가 결정한다.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야후도 시작은 달랑 컴퓨터 한대였다. 인터넷 웹사이트 검색을 쉽게 해보자는 것이 오늘의 야후를 있게 한 아이디어였다.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는 인터넷 경매 사이트나 장난감 판매 홈페이지 역시 반짝이는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좋다는 것도 인터넷 소호 비즈니스의 장점이다. 물론 전부 그렇지는 않다. 제대로 됐을 경우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다른 업종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인터넷 소호 비즈니스에 뛰어든 사람은 대략 10만여명으로 추정된다. 국내 중소기업이 30여만개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인터넷 소호 비즈니스족은 5000여만명. 일본은 600만명 정도라는 통계가 있다. 인터넷 업계 전문가들은 『실제로 얼마가 인터넷 소호족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다. 넓게 퍼져있다는 이야기다.

 「인터넷=성공의 지름길」이라는 등식을 믿는 이들은 여러 아이템으로 성공에 도전하고 있다. 소호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터넷 소호 비즈니스 업종은 100여개. 그러나 이것은 유형에 따른 분류지 세부항목에 따른 분류는 아니다. 항목을 따질 경우 수백개에 달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계산이다.

 인터넷 소호족들이 넘쳐남에 따라 이를 지원하는 각종 산업들 역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인터넷접속서비스, PC, 홈페이지, 전자상거래서비스, 정보통신서비스 교육 등 여러 분야의 업체들이 호황을 구가했다. 인터넷 소호 비즈니스에 필요한 초기자본은 대략 2000만∼3000만원선. 전체시장은 2조∼3조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상당한 규모다. 인터넷 소호가 신종 사업으로 떠오르면서 국가경제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인터넷 소호족을 지원하는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뒤 가리지 않는 무분별한 사업참여로 재기의 기회가 더 깊은 좌절로 연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낭패본 실직자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소호 비즈니스가 분명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새로운 부가가치 형성에도 일익을 담당한다. 치밀한 준비와 계획이 있을 때만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성공 가능성 만큼이나 실패 확률도 높은 비즈니스가 인터넷 소호다. 무턱대고 뛰어들 게 아니라 능력과 특기, 시장상황을 잘 살피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