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상거래> 금융 분야.. 단숨에 "EC 대표주자" 부상

 대표적인 중산층 가정주부 A씨는 인터넷에 단골 금융기관을 두었다. 이곳에서는 오늘의 주식시세를 확인한 후 매도·매수 주문을 낼 수도 있고 연결된 다른 가상 금융기관의 고금리 상품에 자금을 예치할 수도 있다. 한번의 클릭으로 가상 쇼핑몰에 방문해 물건을 구입하고 가상 금융기관을 통해 곧바로 대금을 지불할 수도 있다. 주부 A씨에게 인터넷은 재테크의 공간이자 가계를 관리하는 직접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조그마한 정보기술(IT) 흐름이 금융산업을 흔들고 있다. 사회 전반에 인터넷 물결이 넘치면서 이제 법·제도로도 강제할 수 없었던 금융산업의 재편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 전자상거래(EC)하면 주로 온라인 쇼핑몰 등을 떠올리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터넷 금융비즈니스, 즉 금융EC분야가 출발부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면서 EC를 대표하는 업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등 인터넷이 대중화된 곳에서는 이미 온라인 증권거래 규모가 전체 거래액의 30%대를 넘나들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서야 시작된 온라인 증권거래가 현재 전체 거래의 10% 이상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뚜렷한 움직임이 없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은행·보험 등 다방면에 걸쳐 금융EC가 활발하게 등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인터넷이 금융에 결합되면서 금융업종간 영역파괴가 가속화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고객들이 편리한 원스톱 쇼핑을 제공하는 인터넷 EC 환경에 점점 매력을 느낄 것이라는 근본적인 이유에서다. 은행·증권·보험 등 개별 금융업종의 사이트를 종합적으로 연결, 고객들에게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등장할 것이라는 점도 업종간 영역파괴를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개별 금융회사들에게는 동종업계는 물론 여타 금융업과 정보통신업체들도 치열한 경쟁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인터넷 환경이 보편화되면 각종 금융 관련 상품·마케팅 정보에 대한 대중적인 공개가 불가피하므로 고객을 흡인할 수 있는 강력한 금융사이트 구축 움직임이 활발할 전망이다. 「1위 아니면 꼴찌」로 표현되는 정보통신 경쟁환경에서 강한 호소력을 지닌 사이트는 초기시장 선점과 인터넷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유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인터넷 EC시대를 대비, 금융회사들은 경쟁력 있는 상품개발과 정보기술 활용력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고객의 속성을 감안할 때 정보통신, 특히 대형 정보서비스업체(ISP)와의 제휴도 금융권 경쟁력 확보의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대규모 포털(관문)사이트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금융부문의 포털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조직의 역할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활동 자체를 인터넷 가상공간으로 대폭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종전 영업조직의 기능축소와 재정비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는 물론 조직관리에 필요한 제반 경비절감과 기업 경쟁력 강화 전략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따라 은행의 텔러, 증권사의 브로커, 보험사의 판매대리인 등 표준화될 수 있는 업무들은 인터넷 전산환경에서 상당부분 해결되고, 아웃소싱 등 인력 운용 측면에서의 변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경제연구소 장광수 책임연구원은 『인터넷은 고객의 자율성을 극대화시켜 기존 정태적인 대고객 금융환경이 크게 변할 것』이라면서 『금융권도 이로 인해 조성될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새로운 비즈니스 공간으로 인식하는 전략적 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