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상거래> 자동차 분야.. 국내 현황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국내외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업계 처음으로 이달 중순부터 구매과정에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입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차 부품을 제외한 일반 자재의 모든 품목을 중심으로 인터넷 구매업무에 착수하는 등 비용절감을 통한 경쟁력 제고작업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또 이같은 구매부문의 혁신은 현대뿐만 아니라 기아·대우 등 자동차3사로 급속히 확대돼 나갈 분위기여서 인터넷과 정보기술을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조기에 정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에 인터넷에 견적의 송수신 및 입찰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전자견적시스템을 비롯해 일반 자재의 영상자료·설명문·전자도면 등을 조회할 수 있는 전자 카탈로그, 구매관련 정책·절차·공지사항에 대한 거래정보를 제공하는 구매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는 이를 통해 납기를 30% 정도 단축하고 협력업체와의 구매에 따른 비용을 줄이는 등 연간 1000억원의 경비를 절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현대는 구매부문의 전자상거래 체제구축과 병행,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현대가 제조·판매하고 있는 모든 차종을 대상으로 전자상거래를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현대는 쇼핑몰을 통해 신차는 물론 중고차 및 차량에 소요되는 용품, 심지어 보험판매에 이르기까지 고객들이 자사 쇼핑몰에서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개별 업체들의 이같은 노력과는 별도로 자동차공업협회를 중심으로한 현대·대우·기아 3사간의 자동차 CALS/EC 추진도 보다 구체화돼 가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와 자동차3사 관계자들은 이달 초 자동차 CALS/EC(오토피아)사업 추진을 위한 회합을 갖고 자동차공업협회가 마련한 세부 수행계획 추진을 위한 별도 전담팀을 구성, 가동에 들어갔다. 또 이 사업을 보다 구체적이고 내실있게 추진하기 위해 자동차3사 대표자간에 「오토피아 협약서 조인식」도 갖기로 했다.

 업계가 공동으로 추진할 오토피아의 기본적인 사업목표는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간 데이터 전달체계를 표준화하고 공유하는 데 두고 있다. 주요 추진사업 분야로는 통합네트워크서비스·산업EDI/EC서비스·공개경쟁입찰서비스·부품전자상거래서비스·산업정보서비스 등 5개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네트워크 구축의 경우 규모가 큰 자동차업체·부품업체·연구소 등은 대용량 데이터전송과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용선을 이용해 통합네트워크망에 직접 연결하고 중소기업들은 다이얼업 VPN망을 이용해 통합네트워크망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물론 향후 자동차 통합네트워크와 해외의 ANX망과 연동해 글로벌 네트워크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자동차업계는 통신장비 구입 및 네트워크 관리비용 절감을 통해 연간 2100억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각기 다른 네트워크 시스템 환경으로 인해 관련 부품업체의 네트워크 기반구조가 복잡해 정보공유와 데이터 호환이 이뤄지지 않는 등 정보교환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고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업체와 부품업체간 네트워크를 중복 운영,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전속계열에 의한 배타적인 부품조달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부품거래 관계가 모기업에 국한돼 부품업체의 자유경쟁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체제는 부품제조원가를 높이고 품질을 떨어뜨리는 등 부품산업 경쟁력 약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EDI/EC서비스 계획은 자동차업계의 공동표준문서(UN/EDIFACT)를 만들어 활용하고 다양한 형태의 납품업체와의 전자거래를 위해 웹EDI 기반으로 구축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는 현재 사설표준 사용으로 업무중복이 심하고 부품조달 시간 및 물류비용도 많이 소요되며, 부품대리점 및 정비업소의 재고부담도 높은 실정이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표준메시지 설계지침에 의한 표준전자문서를 개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공개입찰서비스의 경우 자동차업계가 추진해야 할 최대의 과제로 인터넷을 통한 공개구매를 실현하기 위한 서비스다. 이는 계열외 부품조달과 글로벌 소싱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부품업체의 전문화·대형화를 유도, 국내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부품전자상거래 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부품업체와 제품카탈로그를 홍보, 세계시장에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분야며, 산업정보서비스는 자동차 산업정보를 관련기업에 원스톱서비스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자동차공업협회는 오토피아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협회 내에 추진사무국을 두고 세부 사업계획을 세우는 한편 자동차3사·시스템통합업체·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도 운영하기로 했다.

 자동차3사가 오토피아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는 세계 굴지의 자동차업체들이 앞다퉈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는데다 미·일·유럽 업체간의 합병과 협력관계가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생산비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굴지의 자동차업체들 공동정보망 구축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여기에 조기 대응하지 않을 경우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왕따」를 면할 길이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국내 자동차업계가 추진하는 오토피아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절실한 실정이다. 현재 기업별로 각기 다른 전산시스템과 사설표준으로 개별화·중복화돼있는 정보환경을 산업 전체의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도 CALS/EC의 특성상 경쟁기업 주도로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 자동차 CALS/EC 프로젝트를 민·관공동 협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국내 자동차산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 자동차공업협회를 주축으로 추진되고 있는 오토피아 사업에 하루빨리 참여해야 한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CALS/EC 도입과 실용화를 늦출 경우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외국 자동차업체의 하청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구근우기자 kw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