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상거래> 특별기고..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정부의 역할

정동영 국회의원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자본·노동 등의 요소 투입을 통한 성장패턴을 나타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에는 요소 투입을 통한 성장이 어려워지고 선진국의 기술모방에 의한 캐치업전략도 한계에 이르러 성장잠재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21세기 한국적 경제시스템은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한데 그 대안이 바로 지식경제산업의 육성이다.

 이제 반도체·철강 등 자본집약형 산업구조에서 정보·지식화의 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는 부문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지식경제형 산업은 경제전반에서 부가가치 창출의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 부문 중의 하나가 바로 지식정보산업의 중요한 인프라역할을 하는 전자상거래다.

 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규모가 미미한 실정이다. OECD에 의하면 전세계의 인터넷 전자상거래 규모는 97년 260억달러에서 2001년 3300억달러, 2003년에는 1조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내 시장규모는 올해 150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사이버쇼핑몰도 400여개에 불과한 실정인 데 반해 미국은 45만개가 개설돼 대조를 이룬다.

 이와 같이 전자상거래는 미래 경제활동의 근간으로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는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거래의 투명성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전자상거래는 21세기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하는 부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도 초기수요 창출이나 법·제도 정비 등 기반구축을 통한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약 40조원에 달하는 정부 조달시장에서부터 전자거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클 뿐더러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전자상거래를 통해 투명성이 확보되면 무자료 거래 등 면대면 방식을 통한 불건전 거래관행과 부정부패 문제도 근절하는 효과가 있다.

 98년 현재 정부 조달EDI의 문서이용 현황을 보면, 조달청 납품요구서의 경우 처리문서건수의 34.2%를 EDI문서로 처리하고 있을 정도로 활성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정부의 조달물자 수요기관과 조달업체의 5% 미만이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조달부문의 전자거래 실적이 미미한 이유는 이용기관이나 조달기관의 인식부족으로 이용기관이 적고, 사용에 대한 법적인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입찰부문이 대상으로 포함돼야 하고, 전자서명이나 결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전력·한국통신 등 일부 대형 공기업으로 참여기관을 확대하기 위한 법적인 강제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조세감면, 교육 및 기술지원 등을 통해 조달업체의 참여를 적극 유도할 필요도 있다. 공공부문 전반의 계약사무에 대한 전자적 처리가 가능하도록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 관계법령을 정비하고 전자자금이체법 제정도 추진해야 한다.

 또 법·제도정비, 유통구조 개선 등 전자상거래의 인프라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면 경제 전반적으로 거래비용, 특히 정보획득비용이 크게 하락한다. 물리적인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화면을 통해 잘 정리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비대면거래를 하는 전자상거래의 특성상 사기위험, 거래된 재화나 용역의 사후 서비스 문제 등에 따른 조정비용은 증가한다. 따라서 조정비용의 증가분이 거래비용의 감소분보다 크다면 전자상거래의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예컨대 전자문서와 관련된 법·제도 정비, 인터넷 전자거래의 경우 준거법 및 재판권의 문제, 전자거래의 안전을 위한 전자서명 및 인증제도 등이 필수적이다.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 개인에 관한 신상정보 및 거래정보가 누출된다면 소비자들은 이것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위협적인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고, 이러한 인식은 전자상거래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자상거래 표준, 정보통신기반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프라 구축작업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가는 전자상거래 부문에 대한 투자는 더이상 정부차원에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만약 우리 정부가 미진하게 대응할 경우 우리나라 시장의 안방을 내주는 것이 불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전자상거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충분히 확산되지 않고 민간부문의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루빨리 초기수요 창출을 위한 공공부문 조달시장의 전자거래화, 전자상거래 관련 법·제도 정비 등 범정부차원의 대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